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나... 하지만 나도 살아야겠다
그리고 오늘 참석자 중에 유일하게 우리 팀 소속이 아닌 직원. 입사 당시엔 같은 팀이었다가 팀이 나뉘었고 거기서 다시 부서 이동을 해서 다른 팀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래글의 주인공인 직원. 아까 식당에 들어올 때부터 손에 들려있던 회사 로고가 박혀있는 클리어폴더를 나에게 내밀었다. 점심시간인데도 일거리를 들고 다니길래 일이 많은가 보다, 했는데...
표지에 영업사원답게 '제안서'라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나만을 위한 특별 맞춤 제안서였다. 내가 이번에 여행하는 나라 중 한 군데가 그 직원이 대학생 때 어학연수를 한 나라였다. 그래서 여행정보를 알려준다고 했었는데 영업부 직원 특성에 맞게 제안서 형식에다 그 나라의 여행정보를 기재해서 만들어온 거였다. 감동이야...! 카톡으로 링크만 줘도 감지덕진데 이거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찡해졌다. (아래 글의 주인공)
안 그래도 중간에 팀장이 그만둬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오히려 내가 팀장을 짧게 하고 나감으로써 모두에게 혼란만 준 셈인데 못난 팀장도 팀장이라고 수고했다고 해 주는 게 너무 미안했다. 팀장을 좀 더 했었어야 했나? 그러면 나는? 나는 없어지는데? 이 일에 관심도 떨어지고 다른 생각만 가득 차있는 나는…?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편지를 넣어놨다길래 하나씩 읽어봤다. 다행히(?)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찡하고 미안하고 고맙고.
얼마 전 읽은 <I형팀장의 팀장생활>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거랑 되게 비슷하다. 그 책의 주인공인 진서연 팀장은 나처럼 초보 팀장으로 나와 비슷한 어려움들을 겪었다. 그러나 본인이 여러모로 느낀 점과 더 잘 해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해 앞으로 더 나아가보기로 하는 결말이다. 하지만 책과 달리 현실의 나는 여기서 멈추니 팀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팀장인 나도 팀에 속한 일원이지만 한편으로 하나의 개인이기도 하다. 팀이나 회사를 떠난 개인. 그 자아가 회사나 일보다 훨씬 크다면, 그게 팀이나 회사를 뛰어넘는다면 이쯤에서 정리를 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니라 본다.
다 같이 모인 자리다 보니 못한 말도 있을 것 같아 퇴사 전에 한 명씩 따로 티타임을 가질까 한다.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고마움을 표현해야지. 본인들이 힘들게 해서 내가 그만두는 것이 아님을. 나는 나 개인의 결정에 의해 더 이상 같이 가지 않기로 한 것임을 알아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