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두 번째 퇴사를 떠올려 보다
공식적인 출근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출근 마지막날까지 근무시간을 꽉꽉 채워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일찍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가는 건 멋이 없으니 다른 계획을 세워두었다.
첫 번째 회사를 관둘 땐, 서류상 퇴사일은 정확히 12월 31일이었다. 하지만 남은 연차를 소진하고 퇴사하기로 해서 마지막 출근일은 12월 초중순의 어느 겨울날이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출근일과 마감주간이 살짝 겹쳐 있어서 여섯 시에 정시 퇴근하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6시가 조금 넘어 이미 해가 떨어져서 어둑해진 거리에 나 혼자 나왔다. 평소와 똑같은 퇴근인데 이제 더 이상, 저기 저 높은 건물이 내가 속해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제 발로 걸어 나와서는, 3년간의 나는 과연 무엇이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뭔지 모를 복잡한 감정으로 거리에 나오자마자 눈물이 쏟아졌었다. 그렇게 그대로 집에 갔었다.
두 번째 퇴사는 9월의 둘째 주 금요일이었고 날이 좀 흐렸던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다. 그리고 퇴사날을 생각해서 잡은 건 아니었지만 저녁엔 이미 그전에 예약해 둔 콘서트가, 그것도 야외공연이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 퇴사와 달리 마지막 퇴근을 하며 쓸쓸하게 집으로 가는 선택지는 피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 갔는데 웬걸, 공연장 가는 길부터 비가 쏟아지는 거다. 나는 원래 우산을 잘 챙겨가지고 다니는 1인으로 비가 올 때 우산이 없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 날만큼은 우산이 없었다. 실내 공연이라면 공연시간 동안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괜찮았겠지만 이건 야외공연이라 공연을 보기 위해선 빼박 우비나 우산을 사야 했다. 결국 편의점에서 저렴한 우산을 하나 샀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일주일 간의 휴가(?)를 가진 뒤 입사한 현재, 세 번째 회사.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던 날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그 우산은 지금까지 쓰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산 우산이었지만 의외로 작고 가벼워서 괜찮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우연히 비를 만나도 맞지 않도록 출퇴근길에 가방에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작고 가벼운 만큼 내구성이 약했다. 비는 피할 수 있지만 비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해까닥 뒤집어진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아니 셀 수 없이 뒤집어지는 바람에 우산 살이 약간 망가졌지만 비는 막아주니까 그래도 계속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벌써 10년이나 된 거다.
이 우산을 볼 때마다 자꾸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던 날의 기억과 그 우산을 가지고 다니던 세 번째 회사를 기억나게 한다. 그래서 새로 쓸 우산 겸 양산을 샀는데도 아직까지 버리지 못했었다. 마지막 출근 전날인 오늘도 아침에 비가 잠깐 와서 그 우산을 썼고 그대로 회사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면 없어질 건데 고이고이 접어서 다시 가지고 왔다. 이제는 보내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