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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여행 시작날, 비행기 탑승 거절을 당하다

살다 살다 이런 일을 당하게 될 줄이야

by 세니seny

몇 달 전부터 그리던 여행을 앞둔 며칠 전.


코 앞으로 다가온 여행에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도 된다. 특히나 이번 여행은 내가 여태 다녔던 여행 중 가장 긴 데다 평상시와 달리 세부 일정도 다 짜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려고 누워서도 이 걱정 저 걱정하다 잠이 들었다.




드디어 오늘 밤에 비행기를 탄다. 오늘 밤늦게 비행기를 타니까 집에서 오후 늦게 나가도 된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청소도 싹 하고 마지막으로 짐도 챙겨야지. 그리고 두 달간 여행 갔다 오면 그 사이에 계절이 여름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까 이불도 미리 갈아 놔야지.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지막 출근을 한지 꼬박 일주일이 지난 회사에서 연락이 와 있었다. 조금 귀찮았지만 통화도 했다. (이게 복선이었던 건가…?)


자자, 회사에서 온 전화도 물리쳤으니 이제 청소 좀 해보자. 신나게 이불 정리도 하고 바닥도 밀었다. 그러다 무심결에 핸드폰을 봤는데 문자가 하나 와있다. 뭐지?


111.jpg 읽고도 한참을 이해가 안 가서 여러번 다시 읽었다.


에잉???
오늘 밤 비행기에
탑승이 안된다고?


비행기가 안 뜬다는 소린가? 자세히 읽어보니 비행기는 뜨는데 나만 못 탄다는 것 같았다. 나는 두바이에서 환승 후 최종 목적지인 그리스의 아테네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나 같은 승객 즉 두바이가 최종 목적지가 아닌 환승하는 승객은 탑승이 거절됐으니 사전 체크인을 취소하라는 말과 함께 아래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다.


1. 해당 항공사의 대체 비행 편(이후 스케줄)을 고른다.
2. 해당 편을 취소하고 환불받은 뒤 내가 알아서 다른 항공사 티켓을 다시 예매한다.


아니, 이게 뭔 그지 같은 시추에이션이야. 잘 이해가 안 가서 문자를 찬찬히 두 번, 세 번 읽었다. 여러 번 다시 읽어봐도 나는 오늘 밤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다는 내용이어서 그다음 선택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했다.


탑승시간 48시간 전에 친절하게 이메일로 알람이 왔길래 미리 했던 사전 온라인 체크인.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앱에 들어가 봐도 온라인 체크인을 취소하려고 했더니 안 된다. 인터넷에 검색해도 사전 체크인을 취소하는 방법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이거 취소 안 하면 표 환불 자체가 안된다는데 어쩌란 말이야.


마침 점심시간이라 여행사는 통화가 안 되니 문의글을 남겨놓았다. 사전 체크인 하나 취소하려고 공항까지 갈 순 없으니 아무래도 항공사랑 직접 통화를 해야겠다 싶은데 전화를 안 받는다. 해외 항공사라 상담언어를 영어로 고르면 빨리 연결될 수도 있다 하고 + 이 정도 상황은 영어로 충분히 설명하고 따질 수 있으니 영어상담원을 선택해 전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렸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곧바로 한국인이 인사하면서 나와 편하게 한국어로 얘기했다. 이때 서류라도 받아냈어야 하는데 전화로 사전 체크인만 취소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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