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여행 시작날, 비행기 탑승 거절을 당하다

정해진 시간 안에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by 세니seny

여행사에는 점심시간이 끝나고 전화를 해 보니 연결되었다. 그런데 어리바리한, 누가 봐도 신입인 듯한 친구가 연결되었다. 이거 취소하면 얼마 받을 수 있냐니 확인해야 한대. 무슨 발권수수료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내가 궁금한 건 그런 건 됐고! 그래서 실제로 내가 얼마 받을 수 있는 거냐는 거지. 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야.


상담원님, 너는 맨날 이런 내용 상담하니까 잘 알겠지만 왜 기계 같이 무슨 수수료가 면제된다고만 얘기하냐고. 이 회사는 CS 다시 교육시켜야 할 것 같다. 속이 타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약자인 나는 다시 알아본 다음에 문자를 넣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와중에도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폭풍검색하면서.


여행을 여러 번 다녀본 경험과 더불어 혼자 돌아다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밤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는 건 피하려고 한다. 특히 여행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여행 첫날은 더더욱. 아무래도 오늘 출발이나 내일 출발은 현지에 밤 도착이 대부분이라 답이 안 나온다. 어떡하지.


중요한 건 내가 아테네 도착하자마자 섬 여행을 잡아뒀는데 비행기 때문에 이 일정이 꼬여버렸다. 오늘 출발하지 않는 이상 이 일정은 무조건 버리게 된 거다. 그렇다고 원래 이용하려던 항공사의 스케줄 그대로 다른 날로 미룰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 같은 항공편은 자리도 없대.


결국 기존 항공편을 다른 날짜로 해서 탄다고 해도 아직 공항이 정상화가 안 됐으니 나같이 직항 승객이 아닌 환승 승객은 또 탑승 거절을 당할 수도 있단다.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거다. 나는 그럼 또 그 뒤 여행 일정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아테네 in, 리스본 out이다 보니 괜찮은 조건의 항공사는 죄다 중동을 기반으로 둔 항공사 아님 터키 항공사였다. 하지만 비행 스케줄이 전부 그따위인지 모르겠으나 아테네에 밤늦게 도착하는 게 대부분이라 그걸 피하다 보니 남는 게 거의 없었다. 에티하드 항공도 괜찮았지만 허브공항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에서 한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여기도 비 피해가 있을까 걱정됐다.


그중에 카타르 항공이 그나마 괜찮았다. 섬 일정만 버린다면 항공권 가격도 나쁘지 않았고 섬에 다녀온 뒤 아테네 일정은 원래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급하게 카타르 항공으로 예약하고 결제를 했다. 그런데 항공권을 취소하려고 보니 하필이면 내가 해지한 카드네? 이런 건 또 문제가 없나 싶어 또 여행사에 전화했더니 별 문제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카드사에 물어보라고 해서 카드사에 전화를 했다.


그 사이에 항공사에 다시 전화해서 이렇게 되는 바람에 호텔, 페리 등 예약한 거 다 날리게 생겨서 환불받아야 하니 공식적인 서류를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비행 편 자체는 살아있는데 나만 못 타는 거라 공식 서류는 발급할 수 없단다. 아니, 그럼 나는 어쩌라는거냐능...??? 그냥 내가 다 뒤집어쓰라고? 욕이 절로 나왔다.


SE-1ae8553d-ed70-492c-9b22-c76359d5f4bd.png 뭐라도 달라고 해서 겨우 받아낸 메일 한통. 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는 없었다는...


이걸로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지사 명의로 짧은 메일 한 통을 겨우 받아냈다. 하지만 공식 서류가 아니다 보니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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