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무슨 일들이 있었나?
2020년.
올해의 가장 큰 변화,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 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2020년을 보냈는가?
코로나로 인해 나를 비롯한 개인의 삶은 물론 많은 영역의 것들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느라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겪는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어려워졌다. 1단계였을 때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었지만 2,3단계에 접어들었을 땐 국내에서 이동하는 것도 꺼려지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누가 보균자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동했다가 순식간에 전파자가 되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부산여행 1회(거의 방에 있었다), 두 번의 서울 시내 호캉스를 제외하고는 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내내 좀 심심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반강제적으로 지내는 시간이 늘었다. 심지어 9월과 12월에는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권고해서 필요할 때만 출근을 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시간이 없어서 좋았지만 문서를 프린트할 수 없었고-나중에 사무실에 가서 한꺼번에 프린트를 해야 했다-집이라는 쉬는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자니 당연히 업무시간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인데도 편한 내 공간에서 쉬는 것을 방해받는 느낌이 들었다. 올해 7월부터는 근무시간을 8시-5시로 변경해서 집에 빨리 도착했다. 그래서 올해는 집에서 있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잘 보낼까 고민했고, 다음과 같은 것들을 했다.
1. 외국어 공부
나는 외국어 배우기를 좋아한다. 영어와 일본어는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2개의 외국어 공부를 추가했다. 중국어와 프랑스어는 몇 년 전에 배운 적이 있었지만 꾸준히 공부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영어와 일본어처럼 꾸준히 함께 할 외국어로 만들기로 했다.
프랑스어는 어린 왕자를 프랑스어로 읽기에 도전했고 완료했다. 그렇지만 모르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고 옆에 나와있는 한국어 번역을 대조해서 보는 수준이라 완벽하게 책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 2021년에 다시 처음부터 읽어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2021년엔 프랑스어 인증 시험인 DELF 시험 A2 단계 합격을 목표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 예정이다.
중국어는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다 잘 되지 않아서 약간의 강제성을 주기 위해 처음부터 시험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그래서 HSK 3급 시험을 보기 위해 8월부터 온라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의 경우 선생님이 지루하거나 일방적으로 듣는 수업이다 보니 집중이 잘 안될 수 있는데 이 분은 오프라인에도 강의를 하는 분이어서 그런지 쉽고 재밌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중국어 공부가 재미있었다. 11월에 3급 시험을 봤다. 낮은 등급이지만 여유 있게 시험에 붙고 싶어서 급수를 낮췄고 높은 점수로 합격했다. 내년엔 4급 시험을 보려고 한다.
2. 업무 자격증 공부
원래는 전-혀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이 자격증 공부에 열을 올리자 그 옆에 앉은 동료도 시험을 보겠다 했고 팀장님도 다른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계셨다. 결국 나만 업무 관련한 자기 계발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셈이었다. 다른 해 같았으면 여행 다니고 취미생활을 하느라 바쁠 테니 감히 시도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올해로 일한 지 10년 차가 되는데 대학교 졸업 이후로 이론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아서 오랜만에 이론 공부도 하고 나의 10년을 정리할 겸 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강의를 신청해 두꺼운 교재를 받고 팀장님 허락 하에 아침에 출근해서 30분간 강의를 듣고 집에 와서도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곤 했다. 실무만 하다가 오랜만에 이론을 공부하려니 어려웠다. 나이를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시험을 봤는데 자신이 없었다. 떨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하게 과락을 면하고 합격했다. 시험에 합격하면 일부 수강료를 환급해준다고 해서 환급도 받았다.
3. 운동
원래 운동 한 가지는 항상 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수영장도 문을 닫았고 헬스장도 문을 닫거나 문을 열어도 마스크를 쓴 채로 실내에서 운동을 해야 하는 등 고충이 많아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야외 활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등산과 테니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만약 올해 코로나가 없었다면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 평생 손대지 않을 운동이었을 수도 있는데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되었고 또 새로운 운동의 맛을 알았다.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하려고 한다.
4. 그 외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외부 활동 시간이 줄었고 자연스레 나에게 집중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고 싶은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여전히 답은 못 찾았지만) 소액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온 주식 투자도 하고 있고, 예전부터 글쓰기에는 항상 관심이 있었는데 용기를 내서 브런치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제안을 받아 직무 관련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했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서 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
일 년에 한 번 나를 리프레쉬하는 장기 여행, 친구와의 만남, 숨 쉬고 땀 흘리는 운동 등.
하지만 얻은 것들도 있었다. 경제가 어려워지니 급여가 줄거나 정리해고를 당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 회사의 매출도 어려워지는 듯했으나 그럭저럭 전년 대비 수준은 유지하며 연마감이 종료되었고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다는 사실과 같은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유튜브 라이브나 미디어 플랫폼 사이트를 통해 영화제 영화를 감상하고 방 안에서 콘서트 생중계를 편하게 관람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시작하지 못했을 외국어 공부와 업무 관련 자격증 공부도 했다. 심지어 출근하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되었다.
백신이 제대로 작동을 하고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이 담보되어야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백신 이후의 세상이 결코 이 이전의 세계와 '똑'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이렇게도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평범한, 소소한 일상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다. 그전까지는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소중하게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