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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폼페이에서 화산 폭발만큼의 재난을 경험하다

폼페이에서 비 쫄딱 맞은 이야기

by 세니seny

아침에 살레르노에서 폼페이로 출발할 때만 해도 차창에 비가 묻어 있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도 그치고 햇살도 내리쬐서 다행이었다. 날씨만 좋으면 만사 오케이. 다만 오후에 비가 온다 했으니 그걸 피해서 폼페이 일정을 오전으로 잡았고 그렇게 눈누난나 구경 잘하고 있었는데...


살짝 먹구름이 끼긴 했지만 그래도 날씨 좋았는데... (@폼페이, 2024.05)

날이 어느새 흐려진다? 그러더니 비가 한두 방울... 아니 한두 방울이 아니라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한다. 잦됐다.


빗줄기를 보아하니 이거 이거 쉽게 멈출 비가 아니다. 그런데 폼페이라는 유적지는 야외에 덩그러니 있기 때문에 위치 특성상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다들 어디서 준비해 왔는지 갑자기 우비에 우산을 꺼내 쓰는데 나만 진짜 아무것도 없네? 그나마 처음엔 햇빛을 피하기 위한 용도로 가져온 얇은 모자로 버텼지만 나중엔 모자가 젖어버릴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렸다.


비가 언제 멈출지도 모르겠고 살레르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도 있어 촉박한데 숙소 주인이 자기가 병원에 간다며 2시까지 오지 않으면 4시 반 이후에나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급하게 살레르노로 간다고 해도 숙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폼페이에선 짐을 맡아주니까 최대한 여기 눌러있다가 가는 게 그나마 낫겠구나. 어차피 폼페이 유적지에서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버스 타는 곳도 모르니까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일단 숙소 체크인 시간을 늦추고 유적지는 그만 보고 내려오기로 했다. 몇 년 전 유럽여행 때, 유럽 중에서도 생소한 라트비아란 나라가 있다. 거기에 최대의 해변길이를 자랑하는 유르말라라는 해변이 있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우산이 없어가지고 30분 정도 밖에서 비를 왕창 맞았던 일명 유르말라의 악몽이 떠올랐다. 심지어 그걸로 끝이 아니라 같은 날 비를 한 번 더 맞아서 다음날 된통 감기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그 정도까지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꽤 비슷했다.


그래서 유적의 마지막 1/3 정도는 안 보고 그냥 출입구로 나와버렸다. 기대 많이 했는데 아까웠다. 대신 어플을 통해 영상 가이드를 구입했으니 나중에 숙소에 돌아가서라도 들어야겠다.


그렇게 급하게 빠져나와서 거의 출구에 다 왔을까. 비가 잦아진듯하니 그쳤네? 하지만 안다. 오늘은 여기서 비가 완전히 그친 게 아니라 다시 올 각이다.


유르말라 해변의 악몽이자 교훈, 잊지 말자구. 다행히 오늘은 짐 보관소 안에 맡겨놓은 캐리어 안에 우산이 있어서 숙소로 돌아갈 땐 우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짐을 찾기 전까지만 어떻게든 비를 잘 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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