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두 페소아 문학관에 방문하기
포르투와 아베이루를 거쳐 포르투갈의 마지막 도시인 리스본에 도착했다.
화요일부터 리스본에 체류했는데 시작했는데 어느새 목요일이다. 오전에는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시내 관광을 하는 이 패턴도 익숙해지고 있다. 여행지에서도 아주 건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 어학원에 안 다녀도 기본적으로 밤에 잘 안 돌아다니까 그렇지만.
오늘은 오전에 수업을 마치고 숙소와 어학원을 걸어 다녔던 날과 달리 편하게 지하철을 타고 간다. 오후에 있을 반나절 여행을 위해 24시간 교통권을 샀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날이 덜 덥다. 숙소에 들러 새로 사 온 시리얼로 점심을 대신하고 숙소를 나선다.
그나저나 월요일에 이어 오늘도 공휴일인지 버스배차 간격도 벌어졌고 가게도 많이 닫혀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인 페소아 문학관에 도착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작가인데 대표작으로는 <불안의 서>가 있다. 이 작가의 특이한 점은 자기 자신을 여러 인격으로 분화시켰다는 것인데 이 분신마다 이름이 있고 역사가 있으며 고유의 문체가 있다.
오늘이 공휴일이라 사람이 더 많은 건가? 나는 페소아가 이렇게까지 유명한 줄 여기 와서 알았다. 포르투갈 작가 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현대 작가는 주제 사라마구 정도다.
며칠 전에 이미 갔던 주제 사라마구 박물관에 비해 관람객들이 더 많았고 영어 설명이 없던 주제 사라마구 박물관과 달리 이곳은 영어 설명이 병기되어 있었다. 오늘은 무슨 공휴일(?)이라고 입장료를 안 받는다고 했다. 설마 입장료가 없어서 그런 건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하는 형태였다. 페소아와 함께 그의 분신 약 72개 중 가장 유명한 3명 정도만 추려서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옛날 잡지나 생전에 유일하게 출판됐던 시집의 옛 판본도 있었다.
중간층 한 곳엔 여러 나라 언어로 된 페소아의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중에 한국어책도 발견해서 잠시 읽어보고 이미 내가 전자책으로 가져온 <불안의 서>를 여행을 마치기 전까지 읽어야 해서 앉아서 그걸 읽었다. 책을 보다가 아까 분명 커피를 마셨는데도 졸려와서 앉아서 좀 졸았다.
맨 아래층에는 기념품 샵이 있었다. 하지만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어서 아무것도 안 사고 조용히 박물관을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