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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오후 반나절, 내 멋대로 리스본 여행

알마다 지구에 있는 거대 예수상 보러 가기

by 세니seny

다음 목적지는 페리를 타고 강을 건너 거대 예수상이 있는 알마다 지구에 간다. 이 거대 예수상의 원본은(?) 브라질에 있는데 브라질은 언제 갈지 모르니 미리 체험하는 셈 치자. 한참 기다려서 버스를 탔고 페리 정거장에서 하차했다.


알마다 지구로 넘어가는 페리는 자주 있어서 금방 탑승했다. 오후 다섯 시, 타구스 강에 부서지는 햇살과 방금 전까지 서 있었던 붉은 벽돌이 가득한 리스본 구 시가지의 건물들이 찬란하게 빛난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저 다리가 그 유명한 4월 25일 다리(Ponte de 25 abril)구나.


카네이션 혁명은 1974년 4월 25일, 40년 이상 지속된 살라자르 정권과 식민지와의 전쟁에 대한 반발감으로 좌파 청년 장교들이 일으킨 혁명으로, 혁명이 일어난 날짜를 따서 4월 25일 혁명이라고도 한다. (출처 : 위키백과)


그러고 보니 해리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이 포르투갈에서 집필을 했다고 했는데 슬리데린 기숙사의 창립자인 '살라자르 슬리데린'의 이름이 이 '살라자르'에서 온 거구나. 이외에도 해리포터 시리즈에 포르투갈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조앤 롤링이 책을 썼다고 하는 카페로 유명한 곳도 있다.


페리 밖에 서서 직접 풍경을 보면 더 좋았을 텐데 사람들을 다 안에 집어넣고 문을 잠가버렸다. 페리의 창문은 청소를 거의 하지 않았는지 매우 더러웠지만 그래도 그 창문 너머로 봤다. 얼마가지 않아 곧 내린다.


페리에서 바로 내려서 버스 타러 정류장으로 갔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버스에 탔다. 우연이지만 버스 출발시간에 얼추 맞춰온 것 같다. 트램길을 따라가는 건지 버스가 지나가는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미니버스 승차감이 너무 안 좋다. 그래도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으니 30분도 안 돼서 목적지에 내린다.


그나저나 다음 돌아가는 버스는 20분 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한 시간 뒤 밖에 없다. 저녁 6시 시간대는 페리 정류장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딱 한 대 밖에 없었다. 나는 1시간 뒤의 버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렌트카로 여행하지 않는 이상, 여행지에서는 교통 시간표에 맞춰 내 일정을 구겨 넣어야 하는 이런 상황과 줄기차게 맞닥뜨리게 된다. 어쩔 수 없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게 느껴야 한다.



입장권을 끊고 앞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오후 늦게 오니 사람이 없어서 여유로워 좋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도 계단을 조금 올라가야 한다.


알마다 지구의 거대 예수상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건너편 리스본 시내. (@ 리스본 구세주 그리스도상, 2024.06)


올라가서 본 풍경은 꽤 멋졌다. 내가 4일 내내 머무른 리스본 시가지를 다 굽어볼 수 있었고 언젠가 브라질에 가서 볼 거대 예수상을 기대하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자리에서 대서양이 보였다. 탁 트이는 기분. 4월 25일 다리를 지나가는 차들의 웅웅대는 소리 또 공항이 가까워서 그런지 수시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저물어가는 오후 끝에 한결 부드러워진 태양이 대서양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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