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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두 달 여행의 마지막 날, 또다시 리스본 여행

스위스에 이은 강제 데이터 디톡스 여행을 시작합니다

by 세니seny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 달간 이어진 유럽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프랑스 니스Nice에서 사서 한 달간 잘 쓰던 유심의 유효기간이 하필 어제까지였다. 여행이 오늘까진데 딱 하루 차이로 끝나버린 것.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온 유심이 하나 남아있으니 하루라도 그걸로 편하게 써야지 했다. 그런데 역시나 처음부터 안 되는 건 끝까지 안 되더라.


같은 업체 유심을 두 개 사 와서 여행 초반에 1개를 끼웠으나 작동이 되다가 안 되길래 환불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여태 남겨둔 건데 업체에서 알려준 대로 다 해봤지만 역시나 이번 것도 작동이 안 된다. 시차 때문에 고객센터에 카톡으로 문의를 날려 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 6시에 깨서 확인해 보니 답이 와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도 안 해주고 환불해 준다고 하고 끝이다. 아오, 열받아. 말톡 다신 안 써.


그때 애매하게 잠이 깨버려서 강제로 기상했다. 나갈 준비를 다 마치고 9시에 체크아웃했다. 오늘 하루를 위해 새 유심을 사거나 기존 유심에다 충전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만 쓸 소량의 데이터만 필요한데 기존 유심에 충전하는 건 무조건 대량만 가능했다. 그래도 벌써 리스본에 체류한 지 1주일이 넘었고 오늘은 이따 오후에 공항에 가기 때문에 하루 온종일도 아니고 딱 반나절 정도만 시내 여행을 하면 된다.


그래서...

데이터 없이
여행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지하철 표 사기를 마치고 한 정거장 가서 하차했다. 신나게 걸어서 피게이라 광장까지 고고. 그런데 어제 구글맵으로 확인은 안 하고 블로그에서 지도만 확인했는데... 어째 이거 좀 불안한데?


아니다 다를까 트램 정류장이 없는 거 같다. 그런데다 문제는 원래 벨렘지구 가는 트램을 여기서 타야 하는데 여기랑 몇 개 정류장에 정차를 안 한다는 메시지가 붙어있는 것 같다. 데이터가 안 되니 번역앱을 돌릴 수도 없다. 어떡하지.


P20240619_175709212_444B0D68-7587-4E94-929E-0B64D179F7C1.JPG 트램 타려고 줄 서있는 사람들. (@리스본, 2024.06)


그 와중에 12번 트램은 그 유명한 꼭 타봐야 한다는 28번 트램 바로 옆 정류장에 있다고 한 게 생각나서 근처인 마르팀 모니츠까지 걸어왔다. 광장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편에 사람들이 주르륵 서있다. 아, 저기가 바로 28번 트램 정류장인가 보다.



죄다 28번 트램을 타기 위해 줄 서있는데 나만 그 옆에 아무도 없는 12번 트램 정류장 표지판에 섰다. 이거 오는 거 맞겠지…? 그 와중에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았는지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한다. 우산이 있어서 다행이다. 이것마저 없었으면 비참한 기분이 들 뻔했다. 분명히 해도 떠있고 하얀 뭉게구름도 있는데 비가 내리는 이상한 리스본 날씨.


트램이 10시 반까지 안 오면 바로 벨렘지구로 가야지 했는데 트램이 와서 탔는데 40분 정도 기다렸나. 기다리는 사람이 분명 몇 없었는데 28번 트램을 기다리다 지쳤는지 그 줄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있어서 트램을 꽉 채웠다. 비도 어느새 그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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