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을 타고 예상치 못한 곳에 하차해 다음 교통수단 찾기
트램에 타니까 와이파이가 된다. 급하게 벨렘지구로 가는 15번 트램 노선을 검색해 놓는다.
트램은 출발하자마자 빨빨거리며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상 조르주 성 가는 길. 오른편이 1인 좌석이길래 그쪽에 앉았는데 창 너머로 가게 안까지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아니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건물과 가까이 붙어 운행되고 있었다.
어느 정류장에 멈춰 서니 사람들이 다 내린다. 여기가 상 조르주 성인가 보다. 언덕 위에 있어서 그런지 시가지가 내려다 보였다. 다만 내가 앉은 오른쪽이 아니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왼쪽이 명당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길래 얼른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만 있으면 내렸다 또 타면 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서 상 조르주 성은 차창 너머로 구경만 했다.
그리고 한참 달리니 나에게 익숙한 바이샤 지구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곳은 지난주에 머문 숙소 주변이기 때문에 익숙한 풍경이다. 블록 하나 넘어갈 때마다 그 사잇길로 강이 보이는 풍경이 멋졌다. 그러다 카페 브라질레리아 앞 카몽이스 광장에 트램이 서더니 여기가 마지막이니 다 내리라고 했다. 도대체 누가 순환선이라 한 거야? 순환선 아닌데?
그래도 케 두 소드레cais do sodre까지 걸을만한 거리였고 내리막이라 천천히 강가를 보며 걸어 내려왔다. 오늘도 여기 버스정류장은 사람이 많네. 이제는 해가 쨍쨍해서 뜨거울 정도. 해도 피할 겸 우산도 말릴 겸 해서 우산을 쓰고 내려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파업 어쩌고 하는 거 같더니 10분 간격으로 온다는 15번 트램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버스를 타면 버스에서는 와이파이가 사용 가능한데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멈춰 섰을 땐 버스에 타지 않아도 잠깐(?) 그 와이파이를 빌려 쓸 수 있다. 데이터가 없으니 이 와이파이조차도 귀하다.
그래서 버스가 올 때마다 와이파이를 작동시켜서 버스 노선 정보를 다시금 확인했다. 728번 버스를 타도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간다. 대신 벨렝탑까지는 안 가니까 벨렝탑은 포기하자. 적어도 내가 기다리는 동안 728번은 두 번이나 왔으니까 이거라도 타야 한다. 한 대는 그냥 보내고 두 번째 왔을 때 타려니 버스가 꽉 차서 못 탔다. 다음번에 15번 오면 타고 728번이 오면 무조건 타기로 했다.
아무래도 15번 트램은 운행을 멈췄는지 728번이 오길래 후다닥 탔다. 무조건 앞문으로만 타야 돼서 못 탈까 봐 얼마나 졸았는지. 오늘 리스본 시내 관광 후 너무 일찍 도착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파업 덕분에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1도 없어졌다. 대신 예상시간 보다 늦게 도착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