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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두 달 여행의 마지막 날, 또다시 리스본 여행

트램을 타고 예상치 못한 곳에 하차해 다음 교통수단 찾기

by 세니seny

트램에 타니까 와이파이가 된다. 급하게 벨렘지구로 가는 15번 트램 노선을 검색해 놓는다.


트램은 출발하자마자 빨빨거리며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상 조르주 성 가는 길. 오른편이 1인 좌석이길래 그쪽에 앉았는데 창 너머로 가게 안까지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아니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건물과 가까이 붙어 운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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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안은 이렇게 고풍스럽게 생겼다. (@리스본, 2024.06)


어느 정류장에 멈춰 서니 사람들이 다 내린다. 여기가 상 조르주 성인가 보다. 언덕 위에 있어서 그런지 시가지가 내려다 보였다. 다만 내가 앉은 오른쪽이 아니라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왼쪽이 명당이었다.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길래 얼른 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간만 있으면 내렸다 또 타면 되지만 그럴 시간이 없어서 상 조르주 성은 차창 너머로 구경만 했다.


그리고 한참 달리니 나에게 익숙한 바이샤 지구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곳은 지난주에 머문 숙소 주변이기 때문에 익숙한 풍경이다. 블록 하나 넘어갈 때마다 그 사잇길로 강이 보이는 풍경이 멋졌다. 그러다 카페 브라질레리아 앞 카몽이스 광장에 트램이 서더니 여기가 마지막이니 다 내리라고 했다. 도대체 누가 순환선이라 한 거야? 순환선 아닌데?



그래도 케 두 소드레cais do sodre까지 걸을만한 거리였고 내리막이라 천천히 강가를 보며 걸어 내려왔다. 오늘도 여기 버스정류장은 사람이 많네. 이제는 해가 쨍쨍해서 뜨거울 정도. 해도 피할 겸 우산도 말릴 겸 해서 우산을 쓰고 내려갔다.


P20240619_184142244_B34F8003-B11F-4CA5-B818-86E9765C3E3F.JPG 카몽이스 광장에서 내려가는 길. 날씨가 느무 좋았다. (@리스본, 2024.06)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파업 어쩌고 하는 거 같더니 10분 간격으로 온다는 15번 트램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버스를 타면 버스에서는 와이파이가 사용 가능한데 버스가 정류장에 잠시 멈춰 섰을 땐 버스에 타지 않아도 잠깐(?) 그 와이파이를 빌려 쓸 수 있다. 데이터가 없으니 이 와이파이조차도 귀하다.


그래서 버스가 올 때마다 와이파이를 작동시켜서 버스 노선 정보를 다시금 확인했다. 728번 버스를 타도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간다. 대신 벨렝탑까지는 안 가니까 벨렝탑은 포기하자. 적어도 내가 기다리는 동안 728번은 두 번이나 왔으니까 이거라도 타야 한다. 한 대는 그냥 보내고 두 번째 왔을 때 타려니 버스가 꽉 차서 못 탔다. 다음번에 15번 오면 타고 728번이 오면 무조건 타기로 했다.


아무래도 15번 트램은 운행을 멈췄는지 728번이 오길래 후다닥 탔다. 무조건 앞문으로만 타야 돼서 못 탈까 봐 얼마나 졸았는지. 오늘 리스본 시내 관광 후 너무 일찍 도착할까 봐 걱정이었는데 파업 덕분에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1도 없어졌다. 대신 예상시간 보다 늦게 도착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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