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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두 달 여행의 마지막 날, 또다시 리스본 여행

제로니무스 수도원 지구에서 낮술 마시고 나타 먹기

by 세니seny

버스를 한참 달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도착했다. 여긴 수도원에다 나타 가게에 식당도 많이 있어서 대부분 여기서 하차한다. 나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그타르트인데, 포르투갈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현지식인 나 타라고 부르게 된다. 나는 애초에 수도원 입장할 생각 없이 이곳에 왔는데 수도원 입장줄이 엄청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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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줄 서 있는 사람들. 나는 안 들어갔다. (@리스본, 2024.06)


원래 가려고 알아봤던 식당이 하필 휴가 기간에 걸려서 차선책으로 다른 곳을 알아봤으나 여기도 막상 와보니 문이 닫혀있다. 아놔. 이러다 옆 가게로 잘못 들어간 적이 있어 지도를 보며 조심조심 걷고 있는데 내가 가려던 곳 옆집에서 한국어 메뉴판까지 주며 호객이 시작되었다. 입씨름하기도 싫고 배도 고프고 밥은 먹어야 하니 일단 들어왔다. 맛있어야 할 텐데.


P20240619_201900688_F56C1B46-9F27-4F95-B99B-AC4FF9F29464.JPG 그럭저럭, 쏘쏘했던 점심. (@리스본 벨렘지구, 2024.06)


생선구이랑 포르투갈에서 유명하다는 녹색와인(Green Wine)을 한 잔 시켰다. 와인이 먼저 나와서 한 모금 마셨는데 스파클링 빠진 화이트 와인 같은 느낌이었다. 농어 구이는 그저 그랬지만 그 옆에 나온 라따뚜이를 얹은 밥과 간 올리브가 맛있어서 참았다. 와인을 먹다 보니 살짝 취한 데다 애초에 배가 고팠기 때문에 맛은 별로였어도 그릇은 싹 비웠다.


계산하고 나와서 나타 먹으러 가는데 어라…? 여기서 나타집이 이렇게까지 안 멀었는데? 아까 오면서 봤을 때 분명 줄이 엄청 서있었는데? 거리에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 느낌? 혹시 몰라 지도를 다시 봤더니 완전 180도 반대로 가고 있었다. 술이 취하긴 취했나 보다.



다시 반대로 걸어가니까 사람들도 북적북적하고 금방 줄 서있는 나타집이 나왔다. 아까보다는 줄이 없어서 금방 사고 오랜만에 아아도 한 잔 할 겸 그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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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타르트 가게인 파스테이스 데 벨렘. 나타 사들고 옆 스타벅스로 피신. (@리스본 벨렘지구, 2024.06)


음료 들고 2층 올라와서 나타 한 입을 물었다. 에그 타르트에 대해 1도 모르지만 포르투갈이 원산지라니까 포르투에서 유명한 나타가게 세 곳의 에그타르트를 모두 먹어봤다. 그런데 사서 바로 안 먹고 식은 다음에 먹어서 맛이 좀 덜 했나 보다. 왜냐면 이제 막 나온 나타를 먹었더니 눈이 번쩍 뜨이며 '맛있다'란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모든 음식은 뜨거울 때, 나오자마자 바로 먹어야 제 맛이다. 심지어 하나 더 먹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부터 두 개 사 올 걸.


와이파이를 켜고 유튜브를 통해 뉴진스 신곡을 들으며 아아를 마신다. 창 밖 너머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뒤로 바람에 흩날리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이베리아 반도에서만 볼 수 있었던 보라색 꽃이 달린 나무들이 보인다.


술에 살짝 취하니 늘어져서 움직이기 싫지만 파업 중인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니 그리고 공항에 가야 하니 슬슬 일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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