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나의 옛 상사가 불편한 지점 (1)

퇴사 후, 상사와의 만남을 앞두고 드는 생각

by 세니seny

10여 년 간 함께 일해온 나의 상사. 입사 당시엔 팀장이었고 면접에서 나를 보고 뽑아주신 분. 어쨌든 나를 뽑아줬으니까(?) 좋은 분이다. 이 분이 인자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과 별개로 내가 계속 불편하다고 느끼는 지점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비슷한 상황이 이 분 말고 직전에 함께 일했던 전 팀장님한테 발생했다면?


물론 그분도 나에게 도와달라고 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속 보이게 밥 사 먹이고 비싼 과일바구니를 보내진 않을 거 같다. 차라리 나한테 득이 될 만한(?) 이유를 대거나 아니면 돈이라도 책정해 주면서 나를 설득하려 할 거다. 말로만 '돈이라도 줘야 되나 호호' 이러는데 짜증 났다. 진짜로 안 줄 거면 말을 마세요.


그런데 이 분 성향이 대체로 나랑 비슷한 편이라 이해가 가면서도 싫다. 결국 자기 지위를 이용하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거다. 밥이나 다른 걸로 일단 뭔가를 준 다음 부탁을 하면 그 사람이 미안해서라도(?), 하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그걸 하게 하는… 그러니까 결과는 똑같이 ‘해주는 것’이 되지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마음이 다르기 때문에 임하는 자세 자체가 애초에 다르다.


퇴사한 지 세 달이 지났는데
새로 온 팀장과 만나보라고 한다.

솔직히 지금 내 자리를 대신해 새로 온 팀장도 굳이 '전 팀장을 만나? 내가 업무는 더 잘 아는데?'라고 생각하고 안 만나도 된다고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본부장님이 나서서 '아니다, 한번 만나봐라~ 좋은 애다~ 오래 근무했다~ 그래도 뭐라도 물어보면 좋지 않겠니~'를 계속 시전 했겠지. 다른 경우에 내가 그동안 봐왔던 것처럼.


결국 이에 마지못해 새 팀장이 '예, 알겠습니다. 그럼 만나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할 때까지. 절대 강요를 하진 않지만 볼 때마다 '넌지시' '여러 번' '돌려서' 말하는 거지. 그러면 이 사람도 귀찮아서 '아, 예, 그럼 한번 만나보겠습니다'라고 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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