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부차에 빠진 이야기
2024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요즘 푹 빠진 것?
콤부차다.
어느 날부터 언론에 콤부차라는 것이 등장했다. '도대체 저게 뭐길래 그러지?'라고 생각했지만 찾아보진 않았다. 그런데 엄마가 어디선가 콤부차 스틱 몇 개를 받아와서는 먹어볼 거냐 물었다. 나는 어디서 들어는 봤고 또 요즘 유행하는 것 같으니 한번 먹어나 볼까? 해서 먹었는데... 뭐야 이거? 맛없는데?
심지어 내가 받은 건 '베리 맛'으로 매우 상큼한 맛이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이걸 왜 먹는지, 이게 왜 유행인지 도통 이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버릴 수는 없어서 각종 커피스틱, 티백을 넣어놓는 찬장 전용 티 박스에 넣어놓기만 했었다.
찬장 안 티 박스 안에 쌓여있는 커피스틱과 티백들은 내가 먹어서 처치해야 할 것들이다. 물론 내가 산 것도 있고 어디서 받은 것들도 있어서 내 취향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나보다 더 어린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30대인 나는 보릿고개를 겪은 조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직도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래서 공짜로 받은 것이라도 가능하면 버리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나 아니면 내가 그걸 꾸역꾸역 사용하거나/먹곤 한다.
그래서 어느 여름날, 우연히 찬장의 티 박스를 채우고 있던 콤부차를 꺼내 들었던 거다. 결국 안 먹으면 언젠가는 버려야 할 텐데 버릴 수는 없었으니까. 처음 이걸 먹었던 계절이 겨울이었을 수도 있고, 물의 용량을 잘 맞추지 못해서 맛이 없었을 수도 있다. 보통 커피스틱은 물 80~100ml를 넣으니까 이 콤부차 또한 물 용량을 적게 맞추는 바람에 맛이 지나치게 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날은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이나 정수에 타먹으라고 쓰여있어서 생수에 그대로 탔고 250~300ml 물 양도 적당히 맞췄다. 그리고 내가 밥을 먹고 난 뒤 텁텁한 기분이 들어서 상큼한 음료가 마시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분명 맛없을 거라 생각하고 마셨는데 '어라, 이거 맛있네? 여기다 얼음 넣어 먹으면 딱이겠는데?' 하며 얼음까지 타서 맛있게 먹었다.
보통 다른 이런 스틱형 음료는 넣어야 하는 물의 양이 적어서 스틱 1개를 넣으면 반컵 분량 밖에 되지 않아 양이 적다. 그래서 음료를 한 컵 가득히 먹으려면 스틱을 최소 2개는 넣어야 하는데 콤부차는 스틱 1개에 얼음까지 넣으면 충분하게 한 컵을 즐길 수 있었다.
심지어 그동안 집에 쌓아두어서 언제 버릴지 몰랐던 콤부차를 거의 다 먹어서 내 돈 주고 새로운 맛의 콤부차도 구입해 봤다는 사실. 콤부차를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내년 여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