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의 기록 : 석파정에서 소원 빌기
<서울탐방 제16탄 : 서울미술관과 석파정 (상)>에서 이어집니다.
솔직히 석파정이 자세히 뭔지는 잘 몰랐고 잘 꾸며놓은 정원 같은 거겠지?라고 생각 했다. 알고 보니 이곳은 흥선대원군이 별장으로 쓰던 곳이라 한다. 100여 년 전의 혼이 살아있는 곳이었구나. 그렇게 한옥 건물 몇 채가 남아있었고 석파정이라는 말이 유래된 정자도 있었다. 앞에 계곡은 있긴 했는데 물은 말라있었다.
그리고 위로 쭉 올라오니 중간중간 특이한 바위도 있고 이게 인왕산 자락에 위치해서 그런지 저 멀리 성곽 있는 북한산? 북악산? 도 보이고 등산로도 있는 거 같았다. 아 등산 피 끓네. 이번 봄에는 등산을 거의 못했는데 벌써 여름이 되어버렸다. 가을을 기다려야지.
오늘 휴가를 냈지만 팀장님께 가능한 오전 중에 답변을 해줘야 하는 일이 있었다. 며칠새 고민하고 어젯밤에 고민한 끝에 중요한 결정을 하고 팀장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일단 답을 보냈으니 속이 시원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펼쳐질 일이 걱정되기도 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하고 그렇다.
꼭대기까지 올라오니 인왕산 자락에 펼쳐진 너럭바위가 있었는데 여기가 소원바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어디 갈 때마다 여기저기 소원 다 뿌리고 다니는데 오늘도 소원 여러 개 뿌리고 가야겠다.
따가운 햇살 아래서 눈을 감고 (너무 밝아서 눈을 감아도 빛이 감지되지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서 빌었다.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을 텐데 일이 잘 풀리게 해 주세요’가 아니라...
앞으로 힘든 일이 많이 펼쳐질 텐데
그걸 헤쳐나갈 힘을 주세요.
그리고 좋은 사람 만나게 해 주세요.
소원은 이거 두 개로 끝이다.
석파정 전체에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와서 좋았는데 하필이면 시끄러운 한 무리의 동선과 겹치고 말았다. 평일에 이런 곳에 오는 건 사람 좀 덜 마주치고 조용히 구경하고 싶어서인 이유도 큰데. 벌레도 많고 해서 일단 아래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유월이니까 나루 naru의 <June Song>을 들으며 내려오다 아까 잠깐 들어간 숲길 구름길 옆에 놓인 벤치에 앉아 나머지를 들었다.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넓게 펼쳐진 소나무 밑에 앉아 노리플라이의 <beautiful>을 들었다.
소나무잎이 빽빽하지도 않은데 은근 구름도 다 가려주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바람이 사악 불어온다.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네? (홍김동전 키스논란 편이 떠오르는구나 크크) 아름다운 노래와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행복하다 행복해.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