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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피아노 연습실 다니기

성인이 되어 다시 피아노 배우기

by 세니seny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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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어느 날의 일기.


   요즘 나는 주 1회
     피아노 연습실에 간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처음에는 재밌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중엔 하기 싫은데 다니던 거니까 관성적으로 다니는 느낌. 그러니까 진도는 나갔지만 재미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바이올린에 눈을 빼앗기게 되고 피아노에서 바이올린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우리 집에는 엄마가 혼수로 해온 피아노까지 있었지만 점점 치지 않게 되었다. 엄마도 혼수품으로 가져온 거라 정이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치지도 않고 자리만 차지하니 결국 내가 대학생이 됐을 때 중고로 팔았다. 그 검은색 영창피아노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피아노가 없는데 치고 싶다. 멋있는 곡 하나 외워서 칠 정도로 치고 싶다. 바이올린 선율은 매우 아름답지만 현악기를 연주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있다. 왜냐하면 1차적으론 현을 조율하는 악기다 보니 매번 조율이 100% 똑같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2차적으론 현을 짚을 때마다 음을 신경 써서 짚어야 한다. 손가락 위치에 따라 미묘하게 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게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곡의 완성도를 저해하기도 한다.


     물론 악기를 연주할 때 정확한 음을 짚는 것 외에도 강약조절도 필요하다. 감정을 어느 정도로 넣느냐 같은 문제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음정이 맞아야 한다. 그게 안 맞으면 연주하는 본인도, 듣는 사람도 괴롭다.


     그런데 피아노는 일단 건반만 제대로 누르면 음은 똑같이 나온다. 거기에서 바이올린과 차이가 있다. 그래서 피아노를 다시 쳐야겠다 생각했고 나는 시간 많은 백수니까  지금 하자, 이렇게 된 거지.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피아노 레슨을 받지 않아도 연습실에 가면 마음대로 칠 수 있다.


     생일맞이 겸 오랜만에 피아노 연습실에 갔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낮은 음자리표도 못 읽고 손가락에도 힘이 안 들어가서 건반이 잘 안 눌리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또 손가락 번호도 마구 틀려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던지 하는 문제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렸을 때 했던 가락이 있으니 아주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집 앞에 걸어갈만한 거리에 괜찮은 연습실이 있으면 매일매일 갈 텐데 그런 조건 갖춘 곳이 근처에는 없다. 언어도 그렇지만 악기도 가능하다면 자주, 매일 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대한 가까운 곳을 찾아보니 버스 타고 십여분 가서 내려서 살짝 걸어야 하는 곳에 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그렇고 비용 문제도 있어서 주 1회 가는 것으로 타협을 했다.


     대신 두 시간씩 예약하고 그 김에 바이올린도 가져가서 바이올린 1시간, 피아노 1시간 이렇게 하기로 했다. 바이올린은 거의 손 좀 풀렸다 싶으면 1시간이 끝나는 거 같지만.


    피아노는 재즈곡집 치면서 감성적인 노래 치면서 기분과 손가락 좀 풀고 소나티네로 들어간다. 초등학생 때는 뭣도 모르고 쳐서 그런가 그렇게 지루했던 소나티네였는데 지금 들으니까 아름답다. 곡의 흐름이 대중가요 같지 않지만 나름 규칙성이 있고 낮은음을 어떤 걸 치느냐에 따라 곡이 달라진다. 한 달에 한 곡을 정해놓고 치기로 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기준은 높지 않다. 그저 음을 틀리지 않고 일정 속도로 연주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물론 강약조절도 하고 더 이쁘게 치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더라. 하다 보면 차차 늘겠지. 그러고 나면 뉴에이지나 뭔가 작품번호가 있는 곡을 쳐보고 싶다.


     지금은 백수라 돈을 쓸 수 없지만 다시 취업을 하고 안정권에 접어들게 된다면 이제는 건반을 사서 집에서 꾸준히 연습해야지. 피아노는 소리 때문에 아파트에선 치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키보드(건반)는 피아노랑 달리 건반이 가벼워서 아쉽긴 해도 시간제약받지 않고 아무 때나 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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