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12. 이 세계에선 꼴찌인 내가 저 세계에선 1등?

수영장 시간대 바꾼 이야기

by 세니seny Feb 27. 2025

2024년 9월 초 어느 날의 일기.


     그나저나 글 제목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지 않으세요? 요즘 흔히 유행하는 로판에서 한번 따와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현재 다니는 수영장 등록 3개월 차.

     수영 시간대를 옮겼다.


     아무래도 일상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일상에서 회사라는 큰 카테고리가 빠졌다. 그러고 나니 내가 하고 돌아다니는 행동들, 느끼는 것들이 주로 글의 주제가 되는데 그러다 보니 자꾸 수영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같은 수영장인데 저녁 -> 아침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항상 회사 다니면서는 무조건 저녁수영 (자유수영이긴 하지만)을 했었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등록하면서도 회사는 안 다니지만 아침부터 오후까지 해야 할 일(자격증 공부 등) 다 끝내놓고 직장인이 일과 마치고 수영 가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해야지? 눈누난나 하고 등록한 건데..


     문제는 아침에 출근을 안 하다 보니 당최 일어나지를 않는다는 것. 물론 밤에 잠도 안 자고 + 잠도 안 오고… 그래서 내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게 7,8월 두 달을 실험해 봤으나 전혀 개선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해도 짧아질 테니 한 시간만 수영시간을 앞으로 당겨볼까 하다가 아예 7시간을 당겨버린 것이다. 오전의 마지막 타임인 10시로.


     대학생 때 오전에 수영을 다닌 적이 있긴 했다. 그때는 오전수영 하고 오후에는 수업 가고 이랬으니까. 오히려 저녁에 다니기 어려웠던 게 동아리 연습이나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니 수업도 좀 여유로워지고 시간표도 내 입맛에 맞게 짤 수 있으니까 그렇게 했었다. 그래서 오전수영이 완전 첫 경험은 아니다.


     오전시간대에는 거의 아주머니들 세상이다. 요즘도 그러나 모르겠는데 어떤 수영장은 새벽 말고 오전타임에는 아예 여자들만 받는 수영장도 있다.


      월요일 첫 수업.

  

     젊은이로 추정되는 이는 나랑 다른 애 하나뿐이었고 심지어 그 애는 나보다 어려 보였다. 그래서 그 친구가 1등으로 맨 앞에 섰다. 나보다 파워가 넘쳤다.


     그런데 다음번 수업인 수요일. 이 친구가 안 왔네? 그래서 내가 가장 젊은이가 되어버렸다. 기존회원 아주머니들이 나보고 젊으니까 얼른 앞으로 가라고 한다. 한두 번은 괜찮은데 나도 하다 보면 중간에 힘든데... 힝. 그리고 맨 앞에 서면 선생님이 말한 걸 잘 알아들은 다음, 첫 주자로서 영법을 잘하고 몇 바퀴 돌았는지도 세야 돼서 약간 부담스러운 자리다.


     그래도 할 만했다. 저녁 시간대에는 중간 아님 맨뒤에 서서 쭈구리같이 있었는데 말이지. 저녁 시간엔 퇴근하고 온 직장인들이 대부분인데도 나보다 힘이 넘쳤다.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나보다 잘한다.


     그런데 그러던 내가 저세계-오전 수영-로 오더니 여기선 1등을 하고 있네? 아침 수영 이거 느긋하니 좋은데? (ㅎㅎ)


      이 수영장의 거의 유일한 장점은 주변 풍경은 별론데 지상에 있어서 사방이 뚫려있다는 점이다. 천장 또한 마치 식물원처럼 전부 투명하게 되어 있어서 햇볕이 들어 좋다. 월요일엔 날이 흐려서 별로였고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아침햇살이 사르르 비치는데 너무너무 기분 좋은 거 있지!!! 물론 수영하는 동안은 풍경이고 뭐고 볼 여유 따윈 없지만 자연광을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밝고 기분이 좋아진다.


     앞으로도 수업이 이렇게 여유롭게 느껴진다면 편하게 수업하다 가겠지만 대신 발전은 없겠네, 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같은 레인 사람들이 나보다 잘하면 최소한 따라가는 척이라도 하다가 실력이 늘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그냥 여유롭게 하면서 현상유지나 겨우겨우 하는 거지. 그런데 선생님이 이런 내 생각을 읽은 건지…


회원님, 안 힘들죠?
이쪽 레인으로 넘어오세요.


     사실 내가 더럽게 힘들었으면 '아오 저 힘들어요, 못해먹겠어요. 안 넘어가고 여기서 할래요'라고 했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힘들어도 할 만한 정도. 아니, 저녁반보다는 훨씬 강도가 약한 느낌.


      이 수영장은 레인이 6개인데 초급 2개, 중급 2개, 상급반 2개 이렇게 쓰고 각 레인에서도 다시 좀 잘하는 반/못하는 반 이렇게 나눠서 레인을 쓰고 있다. 나는 저녁타임에 중급반이었고 그중 낮은 반 레인에서 했기 때문에 시간대 옮기고서도 똑같이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하고 다음 시간부터 옮기겠다고 했다.


    이 세계-저녁수영-에선 꼴찌였던 내가 저세계-오전수영-에선 1등이라니. 크크크. 하지만 다시 꼴등의 세계로 간다잉. 현상유지가 웬 말이냐, 이왕 하는 거 실력 빡 올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11. 수영장으로 출근하기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