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수영에 어서 오세요
2024년 9월 초의 일기.
나는 지난 두 달간 저녁수영을 하다 9월부터 오전수영으로 시간대를 변경하기로 했다. 보통 수영장은 저녁에 다니는 사람은 저녁만 다니고 오전 다니는 사람은 오전만 다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수영장을 바꿨으면 바꿨지. 나도 이렇게 같은 수영장 다니면서 시간대만 바꾸기는 또 처음이다. 어떤 선생님일까? 사람은 많을까? 분위기는 어떠려나?
수영 수업 시작은 10시인데 탈의실에는 9시 반부터 입장가능하다. 가능하면 그 시간에 맞춰 가는 게 좋은데 버스 타고 내려서 좀 걸으면 집에서 수영장까지 30분 정도 걸리니까 시간 맞춰서 나가면 된다. 문제는 버스가 잘 안 오는 버스라 그 버스 시간을 잘 보고 나가야 한다.
일요일 저녁.
마치 월요일 출근을 앞둔 사람처럼 잠이 안 온다. 물론 그동안 항상 새벽 4,5시에 잠들어서 오전 11,12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으니 잠이 안 오는 것도 당연하지만 무사히 잠이 들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기는 싫다.
아무튼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하고 버스시간을 보는데 어라라? 출근시간대라 그런가 버스가 5분 간격으로 계속 오네? 이거 뭐지? 그런데 딱 내가 탈 시간대쯤 되니까 배차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오 마이 갓. 수영장까지 가는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나간다.
그런데 도로가 꽉 막혀있다. 이대로라면… 늦겠구먼. 역시나 수영장에는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앞으로는 좀 일찍 나와서 아예 일찍 도착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수영장 입장. 원래 다니던 곳이라 시간대가 바뀐 거 빼고는 전부 익숙하다. 보통 수영장마다 혹은 선생님마다 오리발을 가져오라는 날이 다르기 때문에 언제 가져오는지 모르니까 일단 오늘 들고 왔다. 다 오리발 쓰는데 나만 없으면 수업 참가가 어려우니까.
아마 저녁 시간대와 같은 위치의 라인을 중급반이 쓸 텐데 혹시 모르니 물어보려고 얼쩡거리고 있었더니 어떤 아주머니가 뭐 찾냐고 물어본다. 여기 저녁타임에 다니다가 옮겼는데 중급반 맞냐 물으니 맞댄다. 그리고 보니까 이미 바닥에 오리발이 널브러져 있어서 확인사살 차 물으니 오늘 오리발 하는 거 맞대! 야호, 하며 물품대에 올려둔 오리발을 가지고 왔다.
원래 우리 중급반 라인이 사람이 적었는지 모르겠는데 10명도 채 안된다. 그리고 역시 시간대가 시간대인지라 아주머니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비교적 젊은이로 추정되는 건 나랑 나보다 더 어려 보이는 사람 한 명뿐. 그래서 그런지 수업시간이 빡세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은 오리발을 꼈기 때문에 덜 힘들었다.
수영을 마치고 씻고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가서 얼른 맛있는 고구마 줄거리가 곁들여진 고등어찜 데워서 흰 밥이랑 맛있게 먹어야지.
이렇게 당분간 수영장으로 출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