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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수영일기

수영인 모드로 진입하기

by 세니seny Feb 19. 2025

2024년 8월 말 어느 날의 일기.


무슨 운동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Q) 무슨 운동하세요?
A) 수영해요.


     물론 이 뒤로 좀 쓰잘데기 없는 말들이 많이 붙기는 한다. "수영레슨은 받지는 못하고 그냥 시간 될 때 일주일에 한두 번 가요... 어쩌고 저쩌고..."


     회사 다니면서 운동하는 사람들 정말 존경한다. 나 또한 여러 번 시도해 봤으나 수영은 수영물품을 들고 다녀야 하고 생각보다 칼로리 소모도 심해서 아침에 수영장에 다녀오면 출근해서 힘들다.


     그렇다고 저녁반에 등록하면 야근에 회식에 생리에 그러다 정작 수업은 한 달에 몇 번 가지도 못하게 된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는 동안엔 수영할 줄은 아니까 그냥 자유수영을 가려고 ‘노력’은 했었다.


     이제는 백수다. 시간이 마아아아아아않다. 원래는 수영과 헬스를 동시에 다 하려고 했는데 돈도 돈이고 솔직히 헬스는 재미가 없다.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한다면 그냥 수영하겠다. 하나라도 잘하자.


      정식으로 레슨을 받는 수업을 다녔던 게 보자 보자... 작년에 한 달 다닌 거 빼고 길게 다닌 걸로 치자면 대학교 3, 4학년 때구만? 그때는 1, 2학년 때와 달리 시간표 조정도 가능해서 아침 이른 수업은 피하고 또 요일도 줄일 수 있었으니까 오전 수영이 가능했다. 그래서 한 1년 이상 다녔다. 그 이후로는 쭉 레슨 없이 자유수영을 했다.


     물론 할 줄은 알지만 그래도 자세도 많이 흐트러졌을 거고 해서 무조건 수영 수업을 등록한다! 가 목표였다. 항상 사는 곳 근처에는 저렴한 공공수영장이 있었지만 어째 이 동네는 없네…?


     원래 걸어서 갈 수 있는 근처 공립초등학교에 있는 수영장을 일반인들한테 개방하길래 딱 거기 갈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보니까 사업자가 바뀌면서 당분간 영업을 안 한단다.


     하는 수 없이 여기저기 알아보다 결국 공립과 사립수영장 중간의 애매한 가격대를 지닌 수영장을 선택하게 되었다. 집 근처는 공립이 없고 그나마 여기가 완전 사립보다는 저렴한 수준이라 주 3회 10만 원이다. 이 정도로 타협하자.


     이 수영장의 좋은 점은 지상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영장 대부분은 지하에 박혀있다. 이번에 유럽여행 다니면서 느낀 거지만 특히 파리는 수영장이 지상에 많이 있었다. 그래서 햇빛을 받으며 또는 구름 낀 하늘을 보며 그러니까 그날그날의 날씨를 보고 느끼면서 수영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버스 타는 걸 좋아하는 이유도 바깥의 날씨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파리에서 어느 공공 수영장 갔을 때 창 바깥으로 보이는 에펠탑 보면서 수영하는 것도 행복했지만! 여기는 비록 에펠탑도 잠실 롯데타워도 아닌 그냥 동네 나무와 주택뷰지만 그래도 지상이고 뚫려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다.


     역시나 자세는 그동안 교정받지 않았더니 엉망이어서 지적 많이 받고 접영은 코어힘이 딸려서 제대로 되지도 않고 난리다. 그래도 중급반이라 오리발 껴야 돼서 예전에 사둔 오리발을 찾아야 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 집에서 본 거 같은데 도저히 어디다 둔 지 못 찾겠는 거다.


     이걸 핑계로 결국 새 걸 샀다. 오리발은 숏핀과 롱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예전에 수영 다닐 때 산 오리발이니까 10년이 뭐야 한 15년도 더 된 거 같은데 그때는 숏핀이라는 거 자체가 없었다. 몰라, 있었어도 일반적으로 숏핀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다 그때 사이즈를 잘못 사서 내 발사이즈보다 좀 큰 걸 사는 바람에 꼭 양말을 신고 착용해야 돼서 불편했었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발에 잘 맞는 걸 사자 + 숏핀이 대세라 발에 꼭 맞는 숏핀 오리발로 구입했다. 물론 작아서 들고 다니기도 편하다.


    수영장에 다니면 수영장 락스물 때문에 머릿결도 상한다. 그리고 에너지 소모가 심해서 수영 가기 전에도 뭘 좀 먹어야 하고 갔다 와서도 엄청 먹기 때문에 살 빼기엔 적합한 운동은 아닌 거 같다. 하지만 수영을 하니 더 이상 어깨가 아프지 않고 뱃살이 나오려다가 멈췄다. (복근은 전혀 없음)

  

      수업시작 할 때 워밍업으로 4,5바퀴 그냥 돌라고 한다. 그런데 주 3회 다녀도 워밍업만 해도 죽겠는데 그러다 거기서 한두 바퀴 더하고 나면 '좀 할만한데?' 상태가 되면서 부우웅우우웅- 부스터가 붙는다. 신기하지?


     물론 수업이 끝날 때쯤 되면 ‘죽여줘… 그만할래…’인 그로기 상태가 되지만 '엄청 뿌듯함'이라는 무형의 진리품을 얻을 수 있다. 내 정신건강을 고양시켜 준다.


      앞으로 취업하게 되면 수영을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계속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열심히 배워서 자세 다시 잘 잡아서 유지해야지.


     첫 두 달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저녁반을 다녔다. 그런데 매번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오후에 공부가 잘 되다가 수영 때문에 공부 흐름이 깨지는 느낌이 든다. 수영 다녀와서 저녁 먹고 나면 졸린데 낮에 못한 걸 또 붙잡고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7,8월은 여름이라 해가 늦게 졌지만 해 떨어지는 시간도 점점 빨라져서 수영시간을 좀 당길까 하다 아예 아침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9월부터는 오전 10시에 수영을 간다. 오전에 수영장에 가려면 억지로 일어날 테니 오전에 수영 깔끔하게 하고 집에 오면 점심시간이다. 이제는 점심 먹고! 공부하는 걸로.


당분간 수영레슨은 계속된다.
가능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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