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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또다시 이사

임대차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려면 6개월 전부터 통보하기

by 세니seny

이사 이야기는 계속 진행 중.


검색 한 번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는데 법적으로 이사 가기 6개월 전부터 나는 이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즉 계약기간만 살고 이사 갈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빨리 통보하는 경우 그렇게 하고 주인도 이 집에 들어올 의사가 없으면 6개월 전에 통보하는 게 관례라고 했다. 그런데 난 무조건 3개월 전에 해야 되는 줄 알고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네?


엄마는 주인이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사하려면 시간, 돈, 에너지 다 쓰니 이사를 하지 않는 안을 권했다. 여기 그대로 살면 이번에 처음으로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거니까 보증금도 최대 5%만 올려 주면 끝 아니냐고. 그리고 여기는 재개발을 앞둔 단지라 주인이 들어올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주인은 임대 놓고 재개발 이후의 이득을 위해 갖고 있는 거니까.


엄마와 전화를 끊고 나서 다른 할 일이 많았지만 인터넷 검색을 시작한다. 전세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보통 6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이사 간다고 얘기하고 그때부터 집 구하러 다니면서 동시에 이 집을 다음 세입자에게 넘기는 걸 진행하더라. 이사 갈 집은 구했는데 정작 살고 있는 집이 안 빠져서 고생한 사람들 이야기도 많다. 또 검색을 하다 보니 전세 사기 당한 사람들 사례는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건지.


나도 이사하는 게 귀찮으니 효율을 따지자면 가만히 있는 게 제일 낫다. 차라리 그 에너지를 공부하거나 일하는데 쓰면 더 좋은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로 살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고 바꿔야겠다고 느낀 건...


엄마는 나를 편하게 해 준다고 하는 건데 나한테는 그게 나를 구속한다고 밖에 느껴지지 않아서 그렇다. 어떻게 해도 엄마한테서 벗어날 수 없는 느낌. 동생은 아예 미국으로 떠나버려서 이런 간섭을 덜 받지만 현재도 본가 근처에 살고 있는 나는 아니다. 그래서 서울이어도 아예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 아무래도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니 간섭받는다는 느낌이 덜 들 것 같아서이기도 하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내가 강력하게 '나 이사 갈 거야!' 하면 어떻게든 일이 굴러가겠지만 3개월 밖에 안 남은 이 상황에서 집이 빠진다는 보장과 내가 적당한 집을 구할 확률과 이사 날짜를 맞출 확률을 맞추는 일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머리가 터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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