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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또다시 이사

계약연장 or 이사 : 그래서 결론은?

by 세니seny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현재 백수라는 사실. 그러면 이사를 안 가는 방향으로 마음을 잡는 게 맞다. 엄마에게 들었던 이런저런 말들이 팩트폭력이지만 맞는 말이지. 맞는 말이니까 더 듣기 싫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다음날, 엄마가 다른 옵션을 제시한다. 전세를 껴서 집을 사놓고 그동안 본가로 들어와 같이 사는 건 어떻겠느냐고. 이후에 전세 세입자가 나가면 전세금을 돌려주고 그 집에 들어가 살라는 것. 그런데 그 돈 어떻게 마련하나요. 못해도 세입자들 1~2년 안에 보증금 돌려줘야 되고 그거 못 돌려주면 결국 또 다른 세입자 구해서 앉혀야 되는데 그럼 내 집인데도 영영 못 들어가는 게 아닌가?


엄마가 집을 사더라도 그 동네에서 살아보고 나서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원하는 동네에서 전세로 살아보고 그다음에 집을 사든 아니면 2년 뒤에 또 직장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이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스탠스는 '어차피 집을 가질 수 없다면 옮기겠다'였다.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게 그거였다. 전세로 살면 당장은 돈이 안 나가서 좋지만 그 돈이 묶이기 때문에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친다. 그 돈으로 '괜찮은 집을 사면 =>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고 '주식투자를 하면 => 안전빵(?) 미국주식에만 투자해도 최소한 시장수익률은 난다'.


그래서 보증금으로 집을 사든 주식을 하든 뭔가 투자를 하고 월세로 몸빵을 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엄마는 주식은 안된다고 결사반대를 한다. 자금을 어느 정도 모았다면 집을 사든 주식을 하든 시간을 역행하는 투자 개념의 행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주식투자하면서 최근에야 깨달았다. 미리 알았으면 코로나 때 한몫 벌었을 텐데 그때의 나는 너무 소심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평생 이렇게 전세 거지로 살게 된다는 사실도.


엄마가 제안을 하나 했다. 일단 전세 낀 집을 갭으로 매수해라. 단, 내가 나중에 나머지 보증금을 치르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금액대를 선택한다. 그다음 세입자가 나가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세입자에게 돈을 주고 내가 그 집으로 들어가는 시나리오다.


세입자가 나가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다. 그동안 돈을 모으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전세 낀 집을 사려면 지금 집을 빼야 하기 때문에 지금 사는 집에서 나와서 본가로 들어오라는 거지. 괜히 밖에서 월세 버리지 말고 세입자가 나갈 때까지만 같이 살다가 다시 이사를 가라는 것.


다시 본가로 돌아간다면 4년간 자유롭게 살았던 나의 자유의지는 사라지겠지만 대의를 위해서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간으로 봤을 때 내 집이 있는 게 중요하니까 이건 감수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나마 이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비빌 언덕인 부모님 집이 있어서 다행인거지.


앞으로의 상황은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당장 내가 원하는 매물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이 시점에서 집을 계약대로 정리한다. 그리고 부모님 댁으로 다시 들어가서 최대한 돈을 모으고 다시 일자리를 자리 잡아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그 대출을 열심히 갚아나가는 방향으로 가자.


그러면 더 이상 전세 계약연장에 조마조마하지 않고 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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