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 또다시 이사

매수를 원하는 동네 임장 그리고 집주인에게 통보하기

by 세니seny

그리하여 어느 토요일. 몇 군데 점찍어둔 아파트 단지를 직접 보러 가기로 했다. 요새는 부동산이 토요일에 안 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소형평수가 모인 곳이라 거래가 많아서인지 부동산이 죄다 열려있었다.


먼저 첫 번째 방문한 후보지. 언덕이 심하다는 글은 봤지만 가보니까 정말 심했다(!). 대신 확실히 서울치고 가격 메리트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우선으로 생각한 곳도 아니었고 언덕도 너무 심해서 마음속에 킵하고 나왔다.


두 번째 방문한 동네. 여기도 언덕이 심하지만 대신 마을버스가 다니고 언덕이 덜 심한 길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추가 옵션이 존재했다. 그리고 언덕을 내려오면 큰길로 빠지는 번화가라서 생활 편의시설이 많았지. 서울 시내에 갭 2억에 이 정도로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보니 눈독 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마침 매물도 있다는데 오늘은 약속을 안 하고 와서 볼 수는 없었다. 대신 다음 주에 이사 나가는 집이 있으니 약속을 잡고 와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다. 내가 회사만 다니고 있었다면 대출받는 거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닌데 중도금까진 어떻게 한다고 쳐도 세입자 내보내고 내가 들어가서 살려면 전세금을 내줘야 한다. 지금 제일 빨리 나온 집은 전세만기가 올해 12월이라 했다.


그때까지 내가 어딘가 취직해서 다니다가 3개월가량 회사를 다니고 이후에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대출을 못 받으면 세를 한 텀 더 놔야 하는데 그럼 내가 그 집에 들어가기 위해 샀다는 의미가 퇴색된다. 재독립은 적어도 내년을 생각해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기간을 1년이나 길어도 1년 반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는 전직하면서 자리를 다시 잡을 예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생활이 불안정하다. 그래서 최소한 내년을 생각한 거였는데 이것도 시기가 맞아야 말이지. 그렇게 저녁 내내 이거 저거 알아보다가 다음날 일요일이라 본가에 갔다.


엄마한테 내가 어제저녁에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하려는데 엄마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당장 집을 사지 말고 상황을 봐서 전세일자가 뒤쪽인 거 나오면 사자고. 아니면 그 아파트 말고 다른 곳도 괜찮으니 너무 급하게 가지 말자고 했다. 일단 지금 전세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여기는 자연스럽게 마무리하고 좁지만 본가로 들어가 살기로 했다. 이 옵션만큼은 피하고 싶었지만 내가 현재 돈을 안 벌고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하여 다음 주 월요일. 집주인에게 문자를 남겼다. 이러저러해서 전세기간까지만 살고 나가려고 합니다. 두구두구. 답장은 몇 시간 뒤에나 왔는데 알았으니까 부동산에 연락하라네. 잉? 내가 연락하는 건가? 아무튼 알겠다고 하면서 여기 들어올 때 계약한 부동산한테 전화했다. 그랬더니 내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는지 마치 알겠다는 듯이 이따 전화를 주겠다고 하고 끊더라.


한참 기다리는데 1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카톡을 남겼다. 지난번에 물이 잘 안 나올 때 연락한 적이 있어서 카톡 대화창이 남아있었다. 이러저러해서 집을 빼려고 하니 잘 부탁한다고 했다.


부동산도 본인들이 관리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고 만기일자를 체크할 테니 내가 전화한 거 보고 눈치 깠겠지. 그리고 집주인하고도 연락해서 보증금을 얼마나 올려서 낼지 어쩔지도 상의해야 할 테고. 좀 이따 전화가 오더니 아이고~ 전세권 설정까지 해서 오래 살 줄 알았더니 왜 2년만 살고 나가냐고 묻는다. 예, 뭐, 그 직장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라고 둘러대고 전화를 끊었다.


2년 전 이맘 때도 그랬는데 이제 또 집 보여주는 시즌이 시작되겠구먼. 지금 보니까 같은 아파트 단지 내 같은 평수 매물이 꽤 나와 있던데 과연 1층인 이 매물이 질 나갈 수 있을까?


나... 이사 갈 수 있겠지?

to be continued.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5 또다시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