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출근 전, 한강변에서 자전거 타기

봄날의 한강

by 세니seny

형체는 없지만 분명 있는 그것. 따스함을 담고 있는 그것. 비단보다도 더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갑자기 어이없을 만큼 나를 미소 짓게 만들 수 있는 것. 바로 그것.


봄바람이다.


갑자기 내일 서류를 내러 가야 하는 바람에 알바 근무는 급작스럽게 오늘로 끝. 어제보다 날이 흐려졌다. 어젠 구름 표시가 있었어도 해가 보였는데 오늘은 진짜 쌩 구름 떼가 잔뜩. 아쉽지만 그래도 자전거로 한강을 달린다. 해가 없으니 덜 덥겠지 하면서. 봄빛은 약하게 느끼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차분한 맛이 있겠지, 하면서.


이곳으로 이사 온 직후엔 자전거를 사서 한강에 자주 나가야지 했었다. 그런 결심도 무색하게 이사 온 지 세 달 만에 퇴사를 결심하게 되면서 큰돈 들어갈 일을 벌이지 말아야겠다는 판단이 들어 자전거 구입은 보류되었다.


퇴사로 인해
그 밖에도
많은 것들이 보류되었다.


크게는 집을 구입하기 위한 커다란 발판이 될 대출받을 기회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겉은 멀쩡하지만 연식이 20년이 넘어가는 중고차. 작게는 요즘 잘 팔리는, 고데기 말고 머리 마는 그거 뭐니… 에어랩과 한쪽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해서 고민 중인 새 에어팟까지도. 참, 요즘 같은 시대에 귀한 월급이라는 현금흐름도.


단 한 가지 보류되지 않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다. 시간과 나이만큼은 보류되지 않고 착실히 흘러간다. 사람들이 제일 보류하고 싶은 게 이거겠지만 참 잔인하게도 이것이 제일 정직하다.


집을 내놓은 이때가 되어서야 다시 자전거를 탈 생각을 했다. 1년간의 쉼을 뒤로하고 이제는 다시 시간의 흐름에 발맞출, 말하자면 뭐랄까 한 구획을 마무리 짓고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하고 두려운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조금씩 나아간다. 누군가는 나에게 뒷걸음질이 아니냐 반문할지도 모르지만-아마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마음이 마음 깊이 어딘가 깔려있다-그럼에도 나는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