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챗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생각해 보기
전에 커피챗 프로젝트 생각할 때 내가 한국인을 대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건 나는 나를 하나의 '사람책'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아닌 다른 가이드여도 마찬가지인데 왜냐하면 다른 것과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나를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어비앤비 체험으로 등록한 건 말하자면 '나 자체'를 등록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한 개념이었다.
사람책이란?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https://www.hanamlib.go.kr/iglib/contents.do?key=1159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플랫폼을 만드는 거다. 나같이 다양한 사람책으로 여겨지는 가이드들이 여행을 가이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거기서 고객님은 자기가 원하는 사람책 가이드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고유한 콘텐츠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설명되어야 한다.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일반적인 여행 콘텐츠도 올라오면 좋겠지.
예를 들어 나를 소개하자면 30대 여성에 외국계 기업 근무경험이 있다. 서울 근교에서 나고 자라다 서울로 이사를 와서 30여 년 이상을 살았다. 외국여행을 좋아하고 영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 그런데 이번에 관통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 보면 아래와 같이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남 / 50대 / 대기업 근무 / 외국 주재원 근무 경험 / 영어 가능
여 / 50대 / 외국계 기업 근무 / 외국 주재경험 / 영어 상급
여 / 30대 / 케이팝문화 잘 아는 편 / 사회초년생
이런 식으로 사람들마다 캐릭터가 다르고 강점을 가진 부분이 다르다. 우리는 여행지에 가서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한다.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이나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 주인 같은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 내가 처음에 커피챗 프로젝트를 생각한 건 직접 현지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우연에 기대기만 해서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예 대놓고 이러한 프로필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는 거다. 만약 내가 케이팝에 관심이 많아서 그걸 소재로 대화를 하고 싶다면 그걸 잘 아는 친구를 만나서 물어보면 좋다. 상대방도 설명할 준비가 되어있으니까 더 잘 설명해 줄 거다. 아니면 한국의 사회나 정치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을 때 상대적으로 그런 걸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거지. 가이드 본인도 그걸 프로필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면 되는 거고.
이거는 동양권보다는 서양권 사람들을 노리고 하는 거다. 그렇게 커피챗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이 사람하고 투어를 하고 싶다고 하면 반나절 투어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여행코스는 어느 여행사를 가든 비슷하기 때문에 어떤 가이드랑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화하는 시간을 반나절 정도로 설정해서 대화를 나눠보면 별도의 여행 없이 커피챗 시간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효용은 충분하다. 우연에 기댈게 아니라 검증된 사람에게 약간의 돈을 지불하면 기대하는 바를 딱 충족시킬 수 있어 만족도가 확 올라갈 것이다.
그러려면 인력풀을 모아야 하는데 이게 한두 타임 해서는 큰돈이 안 된다. 커피챗 이후로 반나절이나 하루 투어 같은 걸 연결시켜야 수익이 날 것 같다. 그리고 만나는 장소가 고정되어 있으면 서로에게 좋다. 내가 전부터 꿈꿔오던 북카페 콘셉트 같은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각자 카페나 세미나 스터디룸 이런데 빌려서 해야 되는데 내가 대표로 하루 종일 방을 빌려놓고 그 방을 써도 상관없겠지. 9-11시까지는 1팀, 13-15시는 2팀, 16-18시는 3팀 이런 식으로.
이렇게 하면 외국인(고객)들은 원하는 걸 명확하게 해결해서 좋고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들도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 잘 알려줄 수 있으니까 좋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니까 기본 소양은 갖춰져 있다고 판단되지만 사람마다 강점이나 관심분야가 다르니 상대적으로 퀄리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는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설명하고 나머지는 자기 재량껏 설명하는 거지. 내가 2년간 참여했던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도 모임장 능력이나 재량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듯이 이것도 사람들 하기 나름이 될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상품들의 숙명이 그러하듯이.
이 플랫폼을 구축한 나는 수수료만 받는다. 그렇게 수수료로만 먹고살려면 이 시스템이 엄청 활발하게 돌아가야 할 텐데. 이미 이런 식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는지는 알아봐야겠다.
덧.
그런데 노오오올랍게도... 이 글을 쓴 건 올해 초였는데 올해 중반에 이런 비슷한 서비스가 론칭되었더라. 말하자면 관광통역안내사와 여행사를(?) 매칭시켜 주는 플랫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