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에 나에게 거는 주문
2025년 2월 어느 날의 이야기.
나는...
쉽게 잠드는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예민해서 그런가 싶다. 나를 0살 때부터 키워온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나는 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부터 잠투정도 많고 쉬이 잠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애를 달래다가 드디어 잠이 든 거 같아 바닥에 내려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가 나를 재우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지금은 더 이상 엄마가 나를 등에 업고 자장자장을 해주지 않는데 그래서 그런 걸까?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쉽게 잠드는 편이 아니다. 그래도 불면증은 없으니 다행이다. 조금 뒤척이다가도 결국 잠에 드는 것과 아예 잠을 못 자는 건 다른 문제다. 잠을 한숨도 못 잔다는 건 끔찍하다.
나는 잠들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이 쏟아지면서 잠에 빠져드는 순간 생각이 뚝 끊기고 눈을 뜨면 아침이 된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지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내가 의식적으로 생각의 고리를 끊기도 한다.
그러다 체감 상 한 시간 정도 뒤척여서 이제 정말로 자야 될 때는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첫째, 속으로 자장자장 하면서 셀프로 자장가를 부른다. 둘째, ‘자, 이제 당신은 잠에 빠져 듭니다. 하나, 둘, 셋… 똑(최면사들이 엄지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을 크로스하며 내는 신호)!'이라고 셀프로 최면을 걸어보기도 한다. 셋째, 어떤 때는 유튜브 ASMR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에 잠이 잘 안 오면 아래와 같이 나에게 주문을 건다.
이제 당신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에 들어갑니다.
시험을 앞두고서 밤에 공부를 더 한답시고 잠을 안 자는 거보다 공부 시간이 적더라도 그날의 공부를 마치고 일정시간 잠을 자는 게 좋다고 한다. 그래야 그동안 공부한 게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이동한다고.
그렇게 해야 머릿속에 공부한 내용이 남게 돼서 결론적으로 시험 볼 때 그 내용이 떠올라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걸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또 잠을 자야 다음날 머리가 맑으니까 집중력 부분에서도 훨씬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잠이라는 세계의 초입에서 나라는 기계를 다루듯 주문을 건다.
자, 이제 잠에 드는 이 과정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꾸는 절차입니다.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아-무리 머릿속에 뭘 많이 집어넣었어도 활용할 수 없습니다.
잠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당신의 소중한 기억들은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잊고 싶었던 일들은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낼 수 없어요. 그러니 이 절차에 따르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