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당신의 옆자리에는 어떤 동료가 있나요? (중)

당신(너!) 때문에 퇴사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by 세니s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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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하는 소리마다 족족 내가 느낀 거랑 똑같아서 놀랬다. 이렇게 글로 쓰다 보니 왜 이혼했는지(당했는지) 알 것 같다. 결혼은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 거 같더라. 이런 사람이랑 어떻게 살아? 난 못 살아.


있잖아, 보통은 친구 사이라면 친구가 회사 욕하고 동료 욕하면 '그래, 너 힘들겠다'라고 편을 들어주게 마련이다. 그런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회사일에 대해 힘듦을 토로할 때, 가만히 들어보면 아무리 봐도 걔가 잘못한 거라 친구라도 해서 그 애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걔와 친구를 맺고 있는 다른 애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으니 객관적인 의견이다.


이분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팀장님 없이 우리들끼리 모여 일종의 성토대회가 열렸는데 그때도 불만을 많이 얘기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고치려는 생각은 아무것도 없으면서 예전에 나간 직원을 욕하기나 했다. 그분도 아마 이 사람하고는 일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나랑은 업무 상 크게 부딪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본인은 모르겠지만 퍼스널 스페이스를 자꾸 침범한다. 뭔가를 알려주거나 컴퓨터 화면을 같이 볼 일이 있으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붙는다. 호감이 눈곱만큼만 있어도 뭐라 해야 되는지 애매한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런데 여기서 센스 있게 거리를 두게 할 수 있는 말을 못 찾겠다. 또 이상한 데서 눈치는 빨라가지고 잘못 말하면 기분 상해하면서 업무 관련해서도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편이라. 그래서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고 하품을 수시로 해대고 입을 막지도 않고 기침을 에이취! 해도 그것에 대해 말을 꺼낼 수가 없다.


그냥 내가 참고 만다. 그리고 옆에서 불만이 가득한 통화가 너무 길어지면 그 타임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척하며 자리를 비운다. 언젠가 한 번은 이 사람이랑 훨씬 오래 일한 동료한테 물어보고도 싶을 정도였다. 거기도 사람 욕은 잘 안 하는 편이라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몰라 결국 묻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 이 사람 옆자리에 참고 앉아 있었는지 대단하다.


지난번에 휴가라서 하루 안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편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저번에 세무조정 자료 하나가 드릅게 안 풀리던 것도 이 사람이 저녁 먹으러 나간 그 딱 한 시간 사이에 실마리가 풀려서 해결됐다.


이 사람이 야근한다고 맨날 앉아있는 바람에 저녁에도 나 혼자서 조용히 집중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나도 그리 긍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사람들 앞에서 티는 안 내려고 한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말이라도 긍정적으로 하려는 편.


나는 다른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옆에서 맨날 한숨 쉬고 짜증 내니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안 좋아진다. 그런데 또 팀장님이 그 포인트를 꼭 집어서 얘기하시길래 실은 너무너무 맞장구치고 싶었는데 자제했다.


나는 머리카락이 아주 길지는 않지만 어깨길이 정도 온다. 그런데 일을 할 때는 머리가 치렁치렁하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니까 머리를 꽉 묶는 편이다.


그런데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였나, 나한테 머리를 묶어서 좋단다. 그동안 다른 여직원들한테는 자기가 머리를 그렇게 묶으라~ 묶으라~ 해도 안 묶어서 짜증 났다고. 아니, 내가 머리 묶는 게 너랑 뭔 상관이지?


나는 듀얼 모니터를 쓰고 있어서 왼쪽 모니터를 보면 아무래도 옆에 앉은 그 사람이 내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그것조차 보기 싫을 때는 귀신같이 머리를 풀어헤쳐서 시야를 가려버린다. 내가 머리를 깔끔하게 묶어서 좋다던 그 사람 옆에서 머리를 풀어헤쳐서 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면서 나는 보기 싫은 사람까지 안 보이니 일석이조다.


이 분은 업무시간에 흘깃 보면 낮에는 일을 거의 안 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저녁까지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가끔 출근을 하면서 일이 많다고 불평을 했다.


그리고 본인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으며 일이 많다는 걸 티 내고 싶어서 그런지 유독 저녁이나 밤에 메일을 보내곤 했다. 그분은 다른 사람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고 더 그런 거 같았는데 옆에 앉은 나는 그런 약삭빠른 행동이 빤히 눈에 들어오니 더 꼴 보기 싫었다.


사람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불평불만과 안 좋은 이야기들만 옆에서 듣고 있자니 나까지 기분이 다운된다. 그렇다고 그걸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 분명 그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고 기분 나빠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몰래 나 혼자서 그 직원과 불편한 기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즈음엔 회사 일에는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였고 대부분 만족하고 있었지만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그분이었다. ‘저 사람만 없어도 회사 다니기 괜찮을 거 같은데’라고 무심결에 혼자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늘 그렇듯 스스로 그만둘 기미도 안 보였고 이런 행동에 대해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시간은 흘러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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