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또다시 이사

이사하고 일주일 뒤, 다시 옛 집에 방문하다

by 세니seny

또 왔다. 이제는 과거의 동네가 될, 일주일 전에 이사를 마친 옛 집에. 경비 아저씨랑 옆집 할아버지한테도 "안녕히 계세요~ 잘 지내세요~" 하고 갔는데 민망하지만 또 와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입자에게 전달할 음식물쓰레기 카드도 따로 챙겨놨다가 부동산에 갖다 줄 걸. 그리고 반납해야 할 인터넷 공유기도 여기 두고 갈게 아니라 새 집에서 회수하도록 신청하고 현관 비밀번호도 이사 전날 미리 바꿔놨으면 되는데 말이지. 다음번 이사할 때는 이런 실수(?)는 안 하겠지.


그래도 이사한 곳과 이사 간 곳 거리가 1시간 내외라 언제든 가려면 갈 수 있는 거리. 그리고 동네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반납을 해야 돼서 '그래~ 언젠가 한 번은 와야겠구먼~'이라고 편하게 생각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




전에 근무하던 팀장님과 점심약속 후 헤어져 마지막으로 내가 살던 동네를 방문하는 길.


어라~ 마침 전 팀장님과 점심 먹은 장소에서 출발하니까 예전에 다니던 출퇴근길을 지나오게 된다. 아오, 이 느낌도, 이 길도 싫지만 익숙해. 그렇게 아직은 낯설어지지 않은, 일주일 전까지는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동네로 향한다.


지금은 유월 초반을 지나고 있다. 이제 날이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한다. 점심 먹고 나니 한낮으로 치닫고 있어서 오늘은 빗방울 하나 없이 맑은 날이라 덥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려 익숙한 천변길을 따라 아직까지 잔금을 돌려받지 않고 주민등록상으로 내 주소지로 되어있는 집에 들어선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라 아파트 입구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어 그냥 문을 열고 슥 들어가면 된다. 1주일 전에 열심히 인사한 경비 아저씨를 마주쳐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마주치지 않았다. 익숙한 도어록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간다.


집 안은 텅 비어있다. 아무것도 없다. 바닥에 나뒹구는 이사의 잔해와 어디서 들어왔는지 모를 나방 한 마리가 현관 전등 스위치 옆에 붙어 있었다. 아이, 깜짝아. 기념으로 아니 마지막으로 집 안의 빈 풍경이라도 한 장 찍어올 걸 그랬나 보다,라는 생각이 집에 와서 이 글을 쓰는 이제야 생각났다.


아무튼 이삿날 놓고 나왔던 세입자에게 전달해줘야 할 음식물쓰레기 카드와 인터넷 업체에 반환해야 할 공유기를 챙겨놓는다. 이제 마지막으로 여기서 해야 할 일은 도어록 비번을 바꾸는 것이다. 잔금날 내가 직접 오지 않기 때문에 잔금 수령이 완료되면 세입자가 들어와야 하는데 내가 쓰던 비번을 노출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여태 이사 다닐 때마다 도어록 비번을 바꾸는 일은 아빠가 전담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고 이번에도 아빠가 이사 당일날 아침에 오며 부탁해야지, 하고 놔둔 것이다. 정작 그날은 아빠가 안 와서 못했고 어차피 이렇게 한번 올 일이 있으니 온 김에 바꾸기로 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거라 걱정했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다. 기기에 쓰여 있는 대로만 따라서하면 됐다. 도어록 비번은 잔금날짜 연원일 8자리로 변경했다. 비번을 바꾸고 문을 열어놓고 바뀐 비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두세 번 테스트를 해보 마지막으로 문을 닫고도 다시 한번 해보니 잘 작동했다.


자, 이제 내가 이 집과 해야 할 일은 다 끝났다. 이 집과 보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다. 안녕. 2년간 고마웠어. 그 길로 부동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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