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가득히 돈키호테 쇼핑봉투를 들고 급하게 달려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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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공식 일정은 류큐무라였다. 한국어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곳이 일본이라는 걸 문득문득 느끼는 건, 차량 진행방향이 우리나라랑 반대라는 점이다. 아까 아침에 갈 때는 반대편(왼편)에 앉은 사람들이 바다를 봤는데 이제 나하 시내 쪽으로 내려오니까 오른편에 앉은 내가 바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가 된다. 그래서 좋았다.
류큐무라는 우리나라의 민속촌 같은 느낌이다. 자세히 둘러볼 시간까지는 많지 않았고 여행사에서 프로그램을 이 시간대에 넣은 건 '에이사'라는 이곳의 전통공연 시간에 맞춰서 온 거였다. 무슨 말인지 1도 못 알아먹었지만 북 치는 기세에 압도당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천천히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저녁으로는 일본식 정식요리인 가이세키 요리를 먹는다 했다. 가이세키 요리는 워낙 이쁘게 나오니까 눈으로 한번 먹고 입으로 한 번 먹어서 두 번 먹는다는 표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쁜 가이세키 요리가 생각보다 맛이 없다는 이야기도 같이 들은 기억이 있었는데 실제로도 맛이 없었다. 한국인 입맛에 맛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코스요리인데 바로바로 딱딱 맞춰서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적당히 먹고 취했다. 오늘도 어디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분위기 잘 띄워주시는 분이 근처에 앉아줘서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리고 숙소로 이동했는데 본부장님이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본부원들끼리 모이자고 제안하셔서 1층 매점에서 먹을 것들을 사가지고 올라가서 한 방에 모였다. 다들 저녁에 쇼핑가자 어쩌자 했는데 중간에 막내급 사원만 빠져나가고 나머지는 그대로 있었다.
나는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어서 중간에 슬쩍 나왔다. 원래는 화장실 갔다가 다시 돌아가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아까 나보다 먼저 나간 다른 팀 팀장을 마주쳤다. 그분이 알아서 나는 이제 그만 가는 거냐고 묻길래 먼저 간다고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어제 첫날밤 같은 방에서 책을 읽었던 직원 C는 다른 사람들과 쇼핑 나가고 없길래 먼저 씻고 누워버렸다. 누워서 뒤척대고 있는데 12시쯤 왔길래 왔냐고 인사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셋째 날. 어느새 여행 마지막날. 늦게 일어나서 오늘도 조식을 허겁지겁 먹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국제거리 쇼핑만 앞두고 있었다. 돈키호테 앞에 당연히 내려주는 거라 생각했는데 거기 앞에 차를 댈 수가 없다면서 현청 앞으로 간다고 하는 게 아닌가.
현청 앞에서 내렸는데 이 풍경이 어째 너무 익숙하다? 알고 보니 2019년에 여행 왔을 때 당일치기 버스투어를 위해 버스 미팅을 했던 그 장소였다. 버스는 돈키호테를 한-참 지나 현청 앞까지 온 거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는데 큰일 났다. 돈키호테에 들어가자마자 미친 듯이 목표물만 향해서 돌진했다. 시간이 좀만 더 있었으면 합리적인 소비를 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면세 처리도 오래 걸린다 하길래 급하게 냅다 계산하러 갔다.
나는 이다음에 가야 할 목적지가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그곳은 바로 서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큰 규모의 서점이 있다고 해서 그 무거운 짐을 들고 준쿠도 서점을 향해 달렸다. 생각보다 많이 멀지는 않았지만 양손에 든 짐이 무겁다 보니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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