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라우미 수족관의 메인 수조 앞에서 혼자 시간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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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창 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었다.
오늘 첫 번째 일정은 오키나와에 혼자 오든 둘이 오든 단체로 오든 거의 100% 가는 추라우미 수족관이었다. 거의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했는데 비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이곳은 2019년 오키나와 첫 여행 때 이미 와본 곳이다. 그래서 입구에 들어가서 앞 쪽은 휙휙 패스했다. 나는 한 놈만 팬다. 메인 수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최대한 여기에서 오래 머물 계획이다.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기억에 남는 세 번째 풍경>
2019년에 왔을 때도 분명 그때의 감상을 메모장에 남긴 거 같아 찾아보니, 있다 있어. 그때는 이러한 감상을 남겼었구나. 가오리들이 헤엄치는 게 꼭 하늘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는 새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러고 보면 하늘과 바다는 참 비슷한 거 같다.
처음엔 2층에서 보다가 앉아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뒤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길래 보니까 회사 사람들이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얼른 피신(?)했다.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며 그때마다 변해가는 메인 수조의 풍경을 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 마침내 수족관 앞까지 도달했다.
뒤에서 볼 때는 고개를 정면만 봐도 전체가 다 보이는데 밑에 내려오면 고개를 쳐들어서 위까지 보인다. 물론 아래쪽 풍경은 그냥 봐도 잘 보이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수족관 바로 앞에 붙어서 서있으니까 여기는 일본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그리고 역시 나는 혼자. 그렇게 주위에서 들리는 일본어를 듣고 있자니 이제야 진짜 외국에 와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외국(여행)에 오면
‘낯섦’에 둘러싸이고 싶다.
한국어는 통하지만 어색한 사이인 회사 사람들과 한국어는 통하지만 자세한 감상이나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말이 안 통하는, 적당히 일본어가 들렸다 안 들렸다 하는, 혼자서 감상을 오로지 내뱉고 삼키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좋고 마음이 편했던 거다. 물론 좀 외로웠지만.
그렇게 최대한 시간을 보내고 보니 EXIT 표지가 보인다. 어라? 나가기 전에 위에 뭐가 더 있었던 거 같은데 하면서 올라갔다가 다른 직원을 만났다. 이 직원은 다음 두 글에 나왔던 주인공이다.
우연히 돌아다니다 나를 본 건지 아님 내가 하도 안 나오니까 누가 시켜서 걔(=나) 좀 데리고 오라 해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주쳤다. 같이 나가자고 해줘서 안 그래도 나갈 거라고 하면서 같이 나왔다. 별 거 아닌 거 같았지만 챙겨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밖에 나갔더니 세상에, 우비를 입어야 할 정도로 비가 심상찮게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곧 수족관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돌고래 쇼가 시작했는데 이제는 비가 퍼붓는다. 우산을 써도 뒤집어지고 난리다. 돌고래들은 참 귀여웠지만 비까지 맞아가면서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그래도 단체일정이니 끝까지 보고 버스로 이동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갔는데 생고기라고 해야 하나. 다 안 구워진 상태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길래 적당히 먹고 남겼다. 가자마자 이미 세팅이 다 되어 있어서 밥 먹고 나니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근처 동네라도 산책할까 했는데 조금 나서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일정은 코우리지마&코우리대교로 이동. 이쪽으로 가니까 확실히 바다빛깔이 달랐다. 날이 맑으면 더 예뻤겠지만 날이 흐려도 바닷빛깔이 이쁘긴 하더라. 내려서 사진만 겨우 찍고 추워서 차로 복귀 하기 전 기념품샵에 들렀는데, 기념품샵이라기 보단 지역 향토 특산물 특판장 같은 느낌이다. 적당히 구경하고 나와서 차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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