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으로서 세무조사 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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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세무조사
두 번째 세무조사는 첫 번째 회사의 계열사였다. 첫 번째 세무조사가 끝나고 일 년이나 되었을까.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두 번째 세무조사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재경부에선 본사 말고도 계열사들의 회계처리까지 모두 다 처리를 하고 있었기에 다른 계열사 세무조사 대응도 우리가 해야 했다. 그런데 계열사 사무실은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그쪽 회사 세무조사를 나온 것이기에 회의실 세팅을 그쪽 건물에 했다. 오래된 전표들과 각종 자료를 그쪽 회의실로 옮겼다. 아무리 5분 거리라지만 지난번처럼 매일 회의실을 치우고 뭔가를 하는 것은 좀 어려웠다. 그래서 그쪽에서 근무하는 비서들에게 부탁을 해서 회의실도 치워주걸 도와달라 했고 우리는 회계자료를 제출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만 갔다.
세 번째 세무조사
세 번째 세무조사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받았다. 당시는 3월 말 법인이어서 3월 말과 4월 초가 일 년 중 가장 일이 많고 바쁘고 정신이 없는 시기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3월 말이 거의 다 되어서 세무서로부터 받은 팩스에는 곧 세무조사가 나올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래서 1년의 가장 큰 행사인 연마감이 끝나자마자 세무조사 대응에 돌입해야 했다. 회사는 설립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번에 받는 세무조사가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합작회사로 설립되었다가 규모도 작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세무조사를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번에는 과장급으로서 참여했다. 그렇다고 조사관들을 직접 대응한 건 아니었다. 위에 상사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분과 세무조정과 자문을 해주던 회계법인에 의뢰해서 세무팀 회계사가 대응을 함께 도와주었다. 연마감이 끝나자마자 조사관들이 요청하는 이런저런 자료를 만들어서 제출해야 했다. 4주로 생각했던 세무조사는 2주 정도 더 연장되어 6주나 진행된 후에 끝났다.
평상시에 회계 기준을 찾아보면서 일을 하고 연말에 회계감사도 받고 잘못된 회계처리가 있으면 수정한다. 그런데 그간 관행적으로 처리했던 일이나 감사에서 발견되지 못했던 것들이 발견되면서 세금이 매겨지는 것이다.
회계팀에서 일하면서 가장 스트레스가 되는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 누군가가 끊임없이 평가를 하고 잘잘못을 집어내고 그게 잘못되면 법적 처벌로 이어지거나 벌금을 낼 수도 있다는 사실. 심플하게는 상사의 지적부터 기말이 되면 감사인인 회계사들에게 지적 아닌 지적을 받는다.
그리고 그동안 잘못한 게 없어도 일정 규모의 회사는 5년마다 정기 세무조사가 나오고 조사관들은 회사의 처리를 바로잡으면서 동시에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므로 눈에 불을 켜고 실수를 잡아낸다. 그러다 보니 일을 끝낸 지 한참이 지나고 나서 내가 실수한 일이 들춰지면서 좌절감이 생기는 거다.
그런데 웃긴 건, 세무조사 대상 기간은 현재 시점으로부터 적게는 2,3년 전 많게는 5,6년 전의 일이다. 그때도 내가 근무하고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세무조사를 내가 받았다. 그래서 죄책감이 약간 덜했다. 아마 다른 누군가는 내가 근무한 기간에 대한, 내가 해놓은 일에 대한 세무조사 대응을 했을 테니 세상은 이렇게 돌고 돈다.
아무튼 나는 내년 초에 퇴사할 테니 다음 세무조사 때는 이 회사에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세무조사는 더 이상 받지 않을 테다. (라고 썼지만 나는 1년도 훨씬 지나서 퇴사를 했고 다행히 퇴사 전까지 추가적인 세무조사는 받지 않았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