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같은 팀 동료와의 관계에 대해 (상)

직급과 경력이 비슷한 사람과 한 팀에서 일할 때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

by 세니seny

2022년 시점에 쓴 글입니다.


나는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약 7년 정도 일했다. 우리 팀은 팀장님 한 분, 나랑 동갑인 동료 팀원이 한 명, 막내 사원까지 총 4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나랑 동갑인 동료 팀원과의 관계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내가 면접을 보고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팀에 나랑 동갑인 직원이 있다고 했다. 나중에 입사하고 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동갑인 데다 경력 기간도 비슷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이 승진을 하고 여전히 같은 경력 기간을 갖고 있다.


그리고 동료의 정확한 연봉은 모르지만 내가 입사할 때 기본 테이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연봉을 맞춰왔고 연차계산 파일에 나온 시간당 급여를 봤을 때 나랑 별로 차이가 없던 걸로 봐서 아마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십여 년 전, 첫 번째 회사에 입사할 때 면접을 봤던 기억이 난다.


최종 면접자는 나를 포함해 세명이었는데 우리 셋은 모두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에 모두 관련 전공자였던 것 같다. 나이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내가 나머지 면접자 둘보다 딱 1살 어렸다. 차이점은 그거 하나였다. 최종면접은 압박면접이 아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되었고 모두들 무난하게 답변했기 때문에 내가 뽑히리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1주일 뒤,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건 나였다.


사실 신입사원에게는 업무적인 역량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일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조직이나 팀 분위기에 잘 녹아드는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할 수 있다. 내가 입사하고 나서 왜 나를 뽑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봤는데 그중 하나는 내가 입사하기 전에 가장 나이가 어렸던 직원보다 내가 나이가 딱 1살 더 어렸기 때문이었다.


비슷비슷한 지원자들이었는데 왜 내가 뽑혔겠어? 만약 다른 면접자를 뽑았다면 기존의 막내직원과 나이가 동갑이거나 나이가 많아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면접자 셋이 고만고만하다면 그중에 나이 어린애를 뽑는 게 낫겠다 싶어 그중 나이가 가장 어렸던 내가 뽑힐 수 있었던 것 같다.(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봤다)


그러면 왜 현재 다니고 있는 이 회사 입사 면접을 볼 땐 기존에 있던 팀원이랑 연차도 똑같고 나이도 동갑인 날 뽑은 거지? 기존 직원과 나중에 이렇게 얽히고설킬 일은 고려하지 않은 건가? 그래서 같이 일을 하다 보니 미묘하게 불편한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나마 우리 둘이 충돌이 없는 것은 동료가 워낙 칼같이 본인 일만 하는 스타일이라 나도 그 부분에 대해 터치를 안 했기 때문이다. 둘이 업무 영역이 나뉘어 있는데 내가 팀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얘보다 나이가 많거나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라 나서도 어딘가 모양새가 이상하다.


그런데 이 동료가 영어를 잘 못한다. 예전 팀장님은 쟤가 영어를 잘 못하니 나에게 눈치 주지 말고 배려를 해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왜 이런 거까지 배려(?)라는 명목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는 거다.


외국계 기업에서 기본 언어인 영어 소통이 안 된다는 건 본인이 스스로 쪽팔린 줄 알아야 되는 거 아니야? 이쯤 되면 전 팀장님이 영어공부 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안 하고 버티고 있는 게 대단한 거다. 그렇다고 내가 영어를 엄청나게 잘하는 편도 아니지만 괜히 영어를 쓰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그 친구가 민망할까 봐 조심하게 된다.


작년에 미국 출신의 인턴이 와서 다들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때 팀장님한테 울면서 본인은 인턴과 관련된 일은 빼달라고 했다는 얘길 전해 들었고 그래서 인턴은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동료가 영어 못한다고 개무시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그러라 그래, 하고 내버려 두었다. 내가 뭐 팀장도 아니고.


내가 다니고 있는 곳은 외국 본사의 투자를 받은 외국계 기업이다. 다만 오래전에 그 동료가 입사할 당시엔 국내 기업이었기 때문에 영어 능력이 입사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 어차피 인턴은 얼마 있다 갈거라 오래갈 관계가 아니지만 동료와는 앞으로도 계속 같이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해야 되는데 서로 불편하게 만들 필요 없으니까 넘어갔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 세무조사 이야기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