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없는 게 아닐까
얼마 전 같은 팀 동료와 같이 차장급 승진 면접을 본 날.
그녀는 나에게 그간 벽이 느껴졌다고 했다.
회사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거 같아서 자기도 거리를 지켰다는 얘길 듣고 내가 어지간히 티 나게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나에게 그나마 잘 맞는 방법이라서 선택한 것도 있고 내가 애초에 사람 간 거리 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역으로 아예 친해지지 않는 방법을 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승진심사 인터뷰가 끝나고, 그 뒤에 남겨진 이야기.
주말 내내 나를 괴롭혔던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자리로 돌아와 월말이라 할 일도 많으니 얼른 일부터 끝내고 면접 내용은 혼자 머릿속으로 정리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랑 같이 인터뷰를 본 동료가 잠깐 커피나 마시러 나가자고 한다.
여태까지 내가 먼저 커피를 마시러 나가자고 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건 그녀가 딱히 싫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건 내가 커피를 자주 마시지 않기도 했고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게 눈치가 보여서 그렇기도 했다. 대신 그녀가 제안하면 그건 절대 거절하진 않았다. 그래서 그녀를 따라나섰다.
역시나 오늘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커피 타임을 갖자고 한 것이었다. 면접 인터뷰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난 김에 그 얘길 했다. 저번에 본부장님이랑 면담할 때 이 동료랑 잘 지내는지 나에게 물어보셨다고 했다.
남들 눈에는 우리 둘이 데면데면해 보이지만 선을 지키면서 잘 지낸다고 했다. 왜냐하면 이 동료가 내가 입사하기 전에 같이 근무하던 여직원이랑은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나랑은 그렇지 않아 보여서 걱정이 되신 모양이었다.
그랬더니 동료 왈, 서운해하지 말라면서 자기는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내가 그런 걸 싫어하는 거 같아서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이 뭔지 알 거 같았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선을 계속 긋고 있었던 거다. 아마 사람들 보는 앞에서 다른 팀 막내 직원한테 선 긋는 말을 한 적도 있었고. 다만 그건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었고 당황해서 나온 말이었다. (아래 글과 같은 일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모든 것의 결과가 다 내가 선을 그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힘들어도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다. 가능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왜냐면 감정적으로 힘들다, 힘들다 말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냥 힘들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편이 아니다. 그 사람과 안 친하면 안 친해서 말을 더더욱 안 하는 거고, 만약 많이 친하면 내가 하는 그런 말들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같으니까 말을 안 하는 거다.
그리고 하나 더. 물론 내가 회사 내의 인간관계에서는 선 긋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친구한테 그렇게 대했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꽤 명. 확. 하. 게.
현재 팀장님이 입사하기 전, 우리 둘의 상사로 위에 부장님 한 분 계실 때 일이었다. 그때는 내가 맡고 있는 쪽으로 업무가 몰리던 시기였다. 자기 일은 본인이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본부장님 지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장님이 내 일을 나눠서 좀 도와주자 했었는데 그녀가 굉장히 못마땅해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원래 내가 지금 하고 있던 업무를 하다가 내가 입사하면서 다른 업무로 이동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하는 업무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과거 히스토리를 파악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위에서는 네가 옛날에 했던 일이니까 알아봐라, 도와줘라 등 이미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자꾸 일을 시키는 기분이라 싫다고 나에게 토로한 적이 있었다. 이해는 간다. 내가 그 상황이라도 그렇게 느꼈을 테니까.
어쨌든 부장님 앞에서 대놓고 싫다고 인상 쓰고 있는데 거기다 대고 도와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 부장님도 도와주지 마시라 하고 내가 다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상황 종료.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