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분장을 하면서 생긴 갈등상황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어떻게 나눠줘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여기서 큰 고민은 없었다. 여러 상황 상 막내에게 대부분 업무를 이전하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랑 동갑이었던 동료는 예전에 내 업무를 해본 적도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도 서로 업무를 스위칭하자는(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도 별관심이 없어 보였다. 철저하게 자기 업무만 하려는 스타일이라 그러겠거니 했는데...
내가 팀장이 되고 나니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갑자기 옛날부터 회사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으며 내 업무 중에 어떤 걸 해보고 싶다고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막내보다 연차가 한참 위로 거의 10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 10년이라는 차이를 극복할 만큼의 장점이 거의 안 보인다는 거다.
내가 다니는 곳은 본사가 외국에 있다. 영어실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연차가 올라가면 직접 연락할 일도 있고 자료를 직접 봐야 할 일도 있다. 그녀가 원하는 일 중에 본사와의 미팅에 참여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내 업무를 쪼개려면 쪼개서 일을 내릴 수도 있지만 업무 관련성,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큰 카테고리의 업무는 한 사람이 하는 게 좋다. 그래서 난 업무를 쪼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본인이 원하는 업무를 내가 줄 거 같지 않아 보였겠지. 그래서 당돌하게 이렇게, 저렇게 업무를 쪼갤 수 있지 않냐며 자기 멋대로 마음속에 구상해 온 그림을 나한테 설명한다. 일단 면담 때는 다 들어보고 이후에 결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어이없지만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 황당해하는 내가 이상한 건지 누군가에게 객관적인 조언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 위의 상관인 본부장님과 이제는 퇴사해서 전 팀장님이 돼버린 옛 상사에게 물었다.
본부장님은 업무분장은 팀장 권한인데 그 친구가 왜 그렇게까지 말하냐고 했다. 그래도 본부장님 성격 상 강하게 말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어떻게 잘 달래서 해보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전 팀장님에게도 연락할까 말까 고민 중이었는데 (새 회사 입사해서 적응하시느라 바쁠 텐데 이런 걸로 괴롭히고 싶지 않았다) 먼저 연락을 주셨다. 안 그래도 그 동료가 무슨 업무 때문에 자기를 개인적으로 좀 보고자 한다면서... 팀장님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 친구가 나를 어떤 식으로 힘들게(?) 할지.
이미 전 팀장님이 퇴사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내가 팀장으로 승진할 거라는 얘기가 돌았을 때부터 조짐이 있었다. 팀장님과 얘기를 하자면서 계속 불러내서는 이런 거 저런 거 요구하고 물어보면서 귀찮게 했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본인이 해 줄 말이 있으면 돌려서 그 친구에게 얘기해 줄 수도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라고 하셨다.
할 말이야 많죠. 그런데 그 말들을 카톡으로 남기려니 너무 많았다. 앞 뒤 맥락과 그간 있었던 일들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뭣하고. 전 팀장님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셨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근무 중이셔 5분이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계신다. (ㅎㅎ)
그래서 혹시 시간 되시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뵙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