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팀장 된 지 한 달째 (3)

업무분장의 원칙 : 팀 목표에 맞는 방향 (O), 인정(人情) (X)

by 세니seny

그래서 퇴근하고 전 팀장님을 만났다. 원래 커피숍에서 잠깐 이야기하려고 하다 아예 저녁을 먹기로 하고 치킨집에 갔다. 자리에 앉아 줄줄줄 하소연을 했다.


정말 이런 얘기는 본부장님한테도, 같이 팀에서 일하고 있는 막내사원한테도 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아주 가까이에서 일해서 나와 그녀의 성격과 스타일을 모두 잘 아는 팀장님한테만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팀장님은 딱 한 마디를 하셨다.


인정(人情)에 이끌리지 말고,
팀 목표에 맞는 방향을 생각해라.


그 말을 듣고 나니 정리가 되었다. 내가 계속 고민하고 있던 지점이 바로 그거였다. 이 친구랑 불편해지는 게 싫으니 그냥 이 사람이 원하는 일을 던져주고 끝낼까?라는 생각.


그건 참으로 안일한 생각이었던 거다. 그렇게 되면 같이 일하는 막내도 뭘 보고 배우겠어. 그렇게 팀의 분위기가 흐려지는 거라고. 오히려 지금은 좀 어려운 거 같아도 내가 생각한 바가 있다면 그걸 밀고 나가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딱 결정이 내려졌다. 오케이.


그런데 웃긴 게... 전 팀장님을 만나고 온 바로 그다음 날부터 동료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거다. 그것도 눈에 띄게. 혹시 팀장님이 무슨 말 하셨어요?라고 물었는데 그건 또 아니라고 하시네. 그렇다고 하기엔 꼭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온 것처럼 태도가 변했단 말이지. 비교적 온순하게.


다음날 본부장님과 면담이 있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내 결심과 결정을 말씀드렸다. 본부장님도 동료가 선을 넘었다는 것엔 동의했지만 자꾸 중간에 위치한 애매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셨다. 팀원 두 명에게 동시에 같은 업무를 시켜봐서 둘 중에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라던지, 와 같은.


아뇨, 본부장님.
그 부분은 제가 타협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전달을 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업무 때문에도 바쁘고 정신없고 어떤 논리로 말을 전달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업무분장 발표일까지 D-day가 열흘 남았다.


그런데 똥줄이 타는 이 팀원이 업무분장의 결과가 너무 궁금했는지 결과만이라도 먼저 알려달란다. 하도 졸라대길래 결과를 말해주고 이유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했다. 말을 하고 나서도 주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써놓고 보니 엄청 휘둘린 것 같다.)


한 달 전만 해도 같은 팀원이었는데 갑자기 팀장이 되어버린 나. 같이 업무와 회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던 입장에서 너무 싸가지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지금 자리를 잡지 않으면, 지금 포지션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더 흔들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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