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각자 1인분을 하고 있다는 착각 (4)

다음으로 중간연차 팀원의 업무량을 계산해 보자

by 세니seny

밑에 신입사원을 둔, 막내에서 승진한 4년 차 중간 연차 팀원.


나름대로 노력은 해주고 있다. 노력이 가상한, 심성은 착한 친구. 이 친구를 좀 키워보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사원으로서 고생한 것도 있고 해서 내 업무를 많이 줬다. 내가 하던 업무가 나름 핵심 업무인데 내 업무는 사실 저 베테랑 팀원도 노렸던 거지만 나는 이 친구를 선택했다.


그런데 일을 맡았으면 본인이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걸 보여줘야 되는 거 아냐? 물론 처음엔 내가 친절하게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여러모로 체크해 준다. 하지만 앞으로 본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면 딱 각 잡고 배수의 진을 치는 느낌으로 다음 달에 내가 없어져도 본인이 마무리할 각오로 일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너무 설렁설렁이다. 내가 있기 때문일까?


설령 내가 계속 있더라도 얘를 계속 봐줄 수는 없다. 이게 내부승진의 안 좋은 점. 전에 팀장님은 다른 회사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실무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대강 큰 그림만 아는 거지 실제 업무 하는 것은 모른다. 실무에 발을 담그려야 담글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실무에 발을 푹 담그고 있다가 팀장으로 넘어오니 생기는 문제점이다. 내가 하던 일을 하나둘씩 빼내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는 거다. 그 와중에 팀장이랍시고 새로운 관리업무나 다른 것들이 주어지니 나만 계속 허덕이는 느낌. 1은커녕 평상시에도 1.5씩 하고 있는 느낌.


12월 마지막 전전날.


낮에 전화가 왔다. 재택 한다길래 그러라고 했었는데 뭐지? 재택근무 시작한다는 전화인가? 하면서 받았는데 새벽에 위경련이 나서 병원 가서 수액을 맞고 이제야 집에 왔단다. 그래서 오늘은 쉬고 내일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아픈 사람이다. 그래 얼마나 아프니? 괜찮니? 내가 못 도와줘서 미안, 이라고 고운 말이 나가야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기가 찼다. 몸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고 뭐 하는 거니.


그래, 그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한다고 나서지 않고 아프다고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겠지…? 어쨌거나 얘 때문에 일이 조금씩 밀렸다. 그래도 다 죽어가는 아픈 애한테 일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그래,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일해라' 하고 끊었다.


하지만 머릿 속에 드는 의문.


내일까지 일해서 마무리한다면, 스케줄은 좀 빡빡해지겠지만 그래도 될 것 같긴 해. 그런데 너 그거, 네가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거 맞아? 지난달처럼 결국 마무리 못해서 내가 마무리하는 그림 빤히 보이는데? 나 일주일 내내 야근했다. 나도 좀 쉬자. 다음 주에 감사라 빡세단 말이야. 피곤해 뒤지겠다고.


내가 언제까지 니 따까리 해줄까? 응? 나는 코로나 걸렸는데 내 거 업무 해줄 사람 없어서 다 죽어가면서도 했다고. 아무래도 자기가 못하더라도 결국 누군가 해줄 사람이 있으니 믿는 구석을 보고 비비는 거 같다. 하지만 신입사원도 아니고 4년 차 정도 됐으면 그런 생각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리고 너 그런 태도 취할 수 있는 것도 얼마 안 남았어. 나 이번 연마감만 끝나면 한 달반 후에 퇴사통보 날리고 한 달 동안 정리하고 나갈 거야. 너 이제 그런 뒷배 없어. 업무 개떡같이 해도 챙겨봐 줄 사람, 이제 아무도 없다고. 네가 만드는 그 자료, 검증 네가 제대로 안 하면 다른 팀에도 민폐고 본부장님과 대표님 한테도 올라가는 자료고 심지어 본사까지 발송하는 자료라고.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 해.


너 4년 전에 입사하던 그때랑 똑같은 신입사원 아니야. 이제 어엿한 중견 사원이야. 내가 이 회사 들어올 때랑 같은 급이라고. 알아? 그런데 왜 이렇게 업무에 자기 완결성 하나도 없지?


배가 불렀구나. 처음에 입사했을 때도 바로 옆에서 1대 1로 업무를 가르쳐줬고 정말 만나기 드문 좋은 팀장님도 있었지. 그러면서 업무가 바뀌면서 새로운 업무를 받았는데 그것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옆에 계속 있네? 오호? 몇 달 지나 봐야 알게 되겠지. 그게 꽤 큰 행운이었다는 걸.


이 친구도 나름 자기가 '1' 혹은 그 이상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직 이 팀원이 완전히 가져가지 못한 업무들을 내가 다 커버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다 완성했다고 던져준 것들도 내가 한 번씩 다 확인하느라 아직 완성됐다고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넌 1이 아니라 '0.8'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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