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각자 1인분을 하고 있다는 착각 (5)

마지막으로 막내, 4개월 차 신입사원을 살펴보자

by 세니seny

자, 마지막으로 신입사원.


신입사원은 어딜 가도 자기 일만 잘 해내도 감지덕지다.


이 친구는 아직 아웃풋에 오류가 가끔 있지만 인풋을 하면 딱 그만큼 나오긴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것 같은 적극적인 태도의 신입사원은 아니다. 정말 딱, 시킨 일만 하는 그런 사원. 그래, 요즘은 시킨 것도 안 하는 애들 많은데 그 정도로 감사하자.


하지만 이 친구, 의외의 단점을 발견했다. 이건 신입사원이라서 그런 건지 개인의 특성인지 모르겠는데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이상하거나 처음 해보는 일이면 한 번쯤 물어보거나 중간중간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 번 물어보고 나서 우리가 바빠서 신경을 못/안 쓰면 그대로 일처리를 해서 이상한 데서 발견이 되곤 했다.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신경 쓰이게 하거나 괜히 나의 상사에게 한소리 들어야 하는 상황이 몇 번이나 펼쳐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도 신입사원에게 뭔가를 가르치긴 하지만 실무는 아니다. 신입사원한테 하나하나 직접적으로 업무를 가르는 건 베테랑 팀원과 이 중간연차 팀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자꾸 생긴다는 건 얘들이 제대로 안 한 거겠쥬? 난 이제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으니 끝~ 난 몰라~하고 중간에 확인도 안 하는 거겠쥬?


늬들이 신입사원 잘못 가르치면
그 욕 다 내가 먹어~~~~


베테랑 팀원은 그래도 신경 쓰는 척하더니 임신초기라 컨디션도 안 좋고 단축근무도 있고 어쩌고 해서 재택근무 중으로, 신입사원한테 자기 일만 다 시켜놓고 쏙 빠졌다. 중간연차 팀원은 자기가 안 바쁠 땐 괜찮은데 자기 일이 바빠지면 자기거 하느라 남까지 챙길 케파는 안되다 보니 신입이 방치된다. 그런데 베테랑 팀원+중간연차 팀원이 일을 제대로 못하니 그거 내가 커버 치느라 나도 바쁨 -> 신입사원에게 신경 쓸 시간 없음 테크트리를 타게 되는 거다.


연마감을 하던 어느 날. 이 날은 매출/비용/재고 등 전부 마감하고 시스템을 클로징 하는 날이라 중요한 날이었다.


다른 날은 본인 할 일 끝나면 바로 퇴근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추가 자료가 들어가기 어렵다. 시스템을 돌렸을 때 막판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네 일은 다 끝났어도 전체 프로세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분명 말을 했었다. 그런데 내가 한 말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됐나 보다. 그래, 말을 제대로 전달 못한 내 탓이다.


그래서 막내가 천진난만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지나가는 나를 불러 세워서는 ‘팀장님, 저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했는데 이만 퇴근해도 될까요?’라고 정중하게 물어보고 앉았다. 이건 약아빠져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자기가' 할 일은 다했으니 퇴근을 해도 괜찮겠느냐는 뉘앙스였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빡치고 말았다. 최대한 호흡을 다잡고 설명했다.


그래, 네가 넣어야 하는 전표 다 넣은 거 맞지. 물론 네 업무 중엔 없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후로 수정사항이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연마감인데 자기 할 거 끝났다고 혼자 가버리는 거, 별로야.

우리 다 같이 합심해서 마감하고 있잖아?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일 년에 한 번 밖에 없는 건데 한 번 경험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서 아까 본인 일 끝났어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기다리라고 말한 거야. 내가 다 끝났다고 할 때까지 좀 기다려. 두어 시간만 기다리면 되니 그동안 다른 거 하고 있으렴.

이라고 한 소리를 하고 말았다.


아무튼 신입사원도 조금 아쉽기에 0.8 정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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