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팀장 된 지 한 달째 (5)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by 세니seny

저 사람이 갑작스럽게 퇴사를 하면 당장은 힘들다. 하지만 그 자리에 더 젊고 어리고 연봉도 저렴한 데다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직원을 앉히면 된다.


그래서 너... 지금 연봉받는 만큼 하고 있는 거 맞니? 이런 상황쯤 되면 알아서 이직/퇴사해야 되는 거 아니니? 아, 네가 이직할 곳이 없어서 어떻게든 여기서 아등바등 버티려고 하는 거구나? 흥. 혼자 속으로만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인사팀장이나 전 팀장님도 같은 생각을 해서 내가 틀린 건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여태까지 자기랑 '똑'같은 팀원이라고 생각했어도 그중 한 명이 팀장으로 승진했다면 그래서 상황이 바뀌었다면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걸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런 그녀가 답답하고 같이 일하기 힘들다. 이번에 팀 구조가 바뀌면서 대놓고 막내도 원하는 일을 가져가고 나도 팀장이 됐으니 새로운 일을 하는데 자기만 정체된 거 같다고 하소연한다.


미안하지만
지금 그게 너의 위치야.


막내가 너보다 지식은 부족할지 몰라도 지금도 주말에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고 있고 기본적인 영어 실력도 갖추고 있어. 그리고 막내사원은 무엇보다도 나를 진심으로 도와주려는 마음과 행동이 보여. 실제로 도와줄 건 없어도 말이라도 힘들지 않냐고 한 마디씩 건네줘.


그런데 그런 막내보다 연차가 10년은 족히 더 많은 너는 대체 뭘까. 다들 원하는 걸 얻은 거 같은데 자기만 변동이 없다면서 팀장님(=나)이 나한테 뭘 해줄 수 있죠?라고 묻는 너를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정말. 왜 자기가 스스로 발전할 생각은 안 하는 거지? 야근 안 하고 정시 출퇴근 딱딱 지키면서 막내사원 돌보는 일에서도 쓱 빠지고 자기 계발은 안 하면서 팀장이 멱살 잡고 끌어올려주기만을 바라는 그 도둑놈 심보는 대체 뭐지?


이 상황이 정확히 너의 상태를 말해주는 거야. 너는 14년 차에 걸맞지 않다고. 돈을 받는 거에 비해 능력이 없다는 걸 간접적으로 설명해 주는 거야. 이 사실을, 네가 원하는 것처럼 모든 걸 하나하나 설명해 달라고 하는 것처럼 대놓고 이렇게 말을 해줘야 할까?


하지만 이런 나를 보고 다들 한 마디씩 한다.


그래도 이제 네(=나)가 팀장이니까,
네가 윗사람이니까 그런 팀원이라도 품고 가야 한다고.

그게 팀장이라고.


같은 회사를 다녔던 하지만 현재는 이직한 남편한테서 무슨 조언을 들었는지 평소 친하게 지내는 다른 팀 팀장으로부터 얘길 들은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팀장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던 처음보다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온순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얼마나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불편하다. 그런 것들이 느껴져서 불편해. 하지만 팀장이라면 이런 것들도 안고 가야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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