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팀장 첫날의 이야기 (3)

퇴근 시간은 진작에 지났고... 오늘 하루 대체 언제 끝나니?

by 세니seny

퇴근시간은 진작에 지났다. 하지만 이제야 겨우 집중해서 일을 좀 하려고 하던 찰나였다. 아까 아침에 기분 나쁘게 통화했던 다른 팀 팀장이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오더니 나랑 눈이 마주쳤고 잠깐 얘기 좀 하잖다. 예예, 그러시지요.


개인적으로 별로 이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데(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쨌든 이곳은 회사고 일은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처리는 논외로 치더라도 내가 팀장을 백날 했건 오늘 딱 하루를 했건 어쨌든 나는 팀장이 된 거라고 했다. 그러니 앞으로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팀원일 때의 그것과는 달리 무게감이 생기니 주의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사람은 싫었지만 이건 옳은 말이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우리 팀 막내사원에게 하는 말처럼. 내가 봤을 땐 별것도 아닌 일을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일을 키우는 막내사원에게 나는 뭐라고 하는 나. 그런데 정작 나도 다른 팀장이나 내 윗사람들한테 그런 지적을 듣는 것이다. 되게 웃기지? 아이러니하지?


자료를 다시 정리해서 보내고 자리 치우고 어쩌고 하니 일곱 시 반.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가는 바이올린 레슨을 오늘은 정시퇴근 후 학원에 가서 실컷 연습하고 레슨을 받으려고 저녁 8시 반으로 옮겨 놨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보니 레슨시작 전에만 도착해도 다행이겠다.


배가 고프면 바이올린을 더 하기 싫어질 거 같아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레슨을 받으러 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일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싸가야 되니까 밥솥에 밥을 안쳐놓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이 나를 괴롭히는 건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같은 팀 팀원이라는 게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 잇속 차릴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3n살이나 먹고도 눈치가 저렇게 없는 건지.


팀장이고 뭐고 하기 싫다.
흔한 젊은이들 표현으로...

진짜 퇴사 마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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