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자만큼 긴장한 초보 면접관 후기 풉니다
오후 면접 시작.
두 번째 지원자는 서류 때 탈락위기가 있었다. 알고 보니 내부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라 면접도 안 보고 자르긴 뭐해서 일단 면접은 보게 되었다. 내가 서류를 보고 걸렸던 건 대기업도 아닌 우리 회사의 신입사원이라는 포지션에 비해 오버스펙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인턴만 세 번을 했다. 정직원으로 전환될 깜은 안 됐던 건지 아니면 채용 전환형 인턴이 아니라 애초부터 인턴으로 끝나는 조건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면접 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얼마 전 해외로 가족여행도 다녀왔다고 하던데 당장 취업을 안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대답은 썩 나쁘지 않았다. 막내사원과 겨우 한 살 차이가 나는데 그 한 살 차이가 막내사원보다 어린 거여서 다행이다.
세 번째 지원자는 성격이 밝고 명랑한 듯한 지원자였다. 전문자격시험(회계랑 상관없음)을 준비하다 그만두고 취업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나는 회계직무에 관심이 있고 그걸 파 온 사람을 원하는데 그런 사람 한 명이 없네. 애초에 지원자 모수를 너무 적게 받아서 그런 건지 관심 있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 무언가를 해봤거나 하다못해 공부라도 하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얘들아, 정말로 관심이 있다면 제발 뭐라도 해. 시간 쓰고 돈 쓰고 행동을 해야 정말로 관심이 있는 거 아니겠니?
지금까지의 일생에 일관성이 있어야 좋다. 내가 이 직무 혹은 이 회사에 관심이 있다면 관련된 활동 뭐라도 하나 해, 제발. 그리고 지금 취뽀가 한날한시가 급한데(나만 급했나?)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관련 책 보고 혼자 공부라도 하고 있다고 해. 제발 그거라도 해. 아무튼 이 지원자는 다른 자격증 공부 때문에 보고 들은 지식은 있을 테니 좀 낫겠다 싶었다.
4번 면접자는 3번 면접자랑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차분했다. 다만 회계 관련 수업 들은 게 전혀 없고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결의 업무를 해본 적 있다고 했다. 이 친구 역시 추천받아 지원한 거라 이 업무, 저 업무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상황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일관성을 가진 사람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모수 자체가 별로라 빈 틈이 보일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렇다고 다시 채용공고를 내서 사람을 뽑기엔 시간이 없다.
지금 나도 인수인계 해야 살겠는데 여기서 공고를 다시 내면 일정이 계속 밀린다. 면접을 다 보고 나니 다섯 시 반이다. 일단 내일까지 결정해 달라는데 도찐개찐이다. 누가 되었건 합격하면 당분간 그만두지 않고 이 기회를 소중히 생각하고 다닐 사람을 뽑겠다는 건데 그 속마음을, 이 사람의 행동패턴을 알 수 없으니 어렵다.
정말 흔히들 면접관들이 하는 말 중 하나.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라. 그리고 왜 내가 이 직무랑 맞는지를 잘 생각해 봐라. 작은 경험이라도 좋으니 그것과 연결시켜라.
관련 전공이 아니거나 정-말 아무것도 없다면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시험준비를 하던 혼자서 책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고 라도 어필해야 한다. 지원자에게 '자신을 어필해 보세요'라고 하는 건 조금 전에 이미 한 대답을 똑같이 반복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항상 미리 준비하라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하려고 하면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