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의 작은 레고 조각에 불과해
어제 본부장님과 면담하면서 퇴사한다고 말씀드렸다고.
그리고 팀장 포지션 채용과 육아휴직 대체자도 곧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걸 좀 더 일찍 뽑아서 인력 공백을 메꾸자는 의견이었다. 그래서 대체자도 통상적인 일정보다 훨씬 빨리 뽑을 거라고 했다.
놀란 그녀에게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그녀는 내가 여태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퇴사한다고 말해서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내가 1,2년 정도 버티면(?) 그대로 쭉 일할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그만둘 거 같아 보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 나름대로 얼마 전 나한테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했던 것이다.
팀장님이 생각하는 팀 운영 목표는 뭐예요?
앞으로 우리 팀 어떤 식으로 운영할 생각이에요?
다소 도발적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쎄함을 감지해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그때도 이미 퇴사 결심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니 그때 말해주겠다고 하고 넘겼었다. 그래서 더더욱 수상하게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내가 힘들어했던 것 중에 당신 지분이 80% 이상이야'처럼 쏘아대고 싶은 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도 내게 말하지 않았지만 미숙한 초보팀장한테 데인 것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간 팀장-팀원 관계가 아닌 동료로 일해왔기에 서로를 조금은 안다. 그래서 서로 서운한 게 있다면 이해하고 넘어가자고 했다. 그리고 이 팀원은 사무실로 돌아가고, 다음 연차 팀원을 카페로 오라고 불렀다.
시끄러운 카페통에서도 이번 주 주간업무보고를 간단히 했다. 또 최근에 평가면담하면서 속상한 점이나 달리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이내 고하는 나의 말. 팀 내 인원변동이 있을 건데, 육아휴직 대체자를 곧 뽑을 거고 그리고 내가 퇴사 예정이라고 했다. 또 앞서 다른 팀원에게 설명한 것처럼 똑같이 이러저러한 심경변화로 인해 퇴사하게 되었다고 하자…
이미 퇴사선언을 여러 번 하고 여러 번 붙잡혔던 이 팀원은 자기도 직무를 바꿔야 되나 싶어서 고민 중이라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냐 묻길래 나의 거취는 회사 내의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고 나중에 취직이 된다면 그때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나한테 서운했던 것도 많았을 텐데 그런 말은 하지 않고 본인이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 내 업무를 잘 인계받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느끼게 한 내가 더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런 건 티 내면 안 되는 건데.
입사해서 계속 그만둘까 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비롯해 전 팀장님과 다른 팀원들이 있어서 버티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 팀장이 사라지면 자기를 막아주던 지붕이 사라지는 거 같다고, 유리구슬에 금이 가면서 깨지는 거 같다는 표현을 했다. 이 말을 들었을 당시엔 팀장한테 심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 말은 그 일의 복선이 되었다.
자기야, 이건 레고야.
조직은 하나의 큰 레고에 불과해.
나라는 레고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 또 다른 레고 조각이 끼워져서 다시 팀을 만들 거야. 물론 서로 다른 레고(모양)니까 이리저리 붙여보느라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결국 다시 하나의 작품이 될 거야. 누가 퇴사한다는 것에 영향받지 말고, 여기서 본인이 뭘 원하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다.
특히 이 친구가 주위 상황에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리는 친구이기에 방금 전까진 하하, 호호 웃으면서 이야기 나눴는데 어떤 심정의 변화를 일으킬지 모르겠다. 거의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팀원을 불러달라 했다. 마지막 팀원이 면담하고 나면 거의 퇴근시간이 될 것 같아서 아예 퇴근 준비를 해서 오라고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