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퇴사 전 날, D-1 (3)

나의 고마움을 알아주는 직원에게 : 넌 잘 될 거야, 걱정 마

by 세니seny

원래는 둘이서 진지한 얘기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날짜로 퇴사하는 또 다른 직원한테 연락이 와서는 마지막으로 나한테 인사하고 가려는데 어디 갔냐며 나를 찾는 거다. (그냥 전화로 인사하고 가 짜샤 ㅎㅎㅎ 나랑 그렇게 별로 친하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둘이 있다고 하니 자기도 껴도 되냐고 하길래 안된다고 할 수 없어서 오라 했다. 그래서 결국 오늘 퇴사하는 사람 + 내일 퇴사예정자(=나) + 당장은 아니지만 곧 계약만료로 이직준비하면서 퇴사 예정인 자 이렇게 3명의 조합이 탄생했다.


퇴사 전날이 되어서야 사내에 흘러다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는 선후관계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둘은 아는데 나만 자꾸 물어보는 건 민망한 거 같아 관두었다. 그래서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만 끄덕거리고 말았다.


그렇게 오늘 퇴사자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있다 갔고 나와 그녀는 사무실로 올라와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녀와도 더 친해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러질 못했다. 그래도 내가 초창기에 잘해줬던 거 잊지 않고 연락 달라고 해줘서 고마웠다, 정말로.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걸 알아주는 건 기분이 좋다. 원래 밥을 같이 먹자고 했는데 내가 일 때문에 약속을 까서 미안했다.


그녀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이직을 위해 여러모로 고민 중이었다. 실은 그녀가 곧 정규직 전환이 될 거라는 그러기 위해 내부적으로 TO를 확보해 놨다는 얘길 오프더레코드로 들었다. 하지만 아직 본인에게는 전달이 안 된 내용이라 그녀에게 말해주지 못했다.


평상시에 일을 착실하게 잘했고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 않아 부서장이 만들어준 기회였다. 지금의 그녀는 곧 계약이 만료될 자신의 앞날 때문에 고민이 많은 상황인데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잘 될 것이다. 잘 될 거야. 축하해.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와 정리 못한 일을 했다. 내일이 금요일이라 휴가에 재택인 사람들이 많은지 다들 퇴근하면서 '오늘 보는 게 마지막이네요'하면서 형식적인 인사를 한 마디씩 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그러고 나니 사무실에 또 나만 남았네. 나는 카톡도 그렇고 메일함에 '안 읽음 표시'로 남아있는 숫자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일단 오는 메일은 가능한 한 빨리 읽고 바로 처리 못할 것들은 임시보관함에 넣어뒀다가 거기서 하나둘씩 답장하면서 정리를 한다. 자리에 쌓였던 짐을 치우듯이 임시보관함에 쌓여있는 메일도 다 정리했다. 자리 정리도 하고 자료 백업도 해놓고 PC에 남아있는 개인적인 자료도 지웠다.


내일 와서는 여유 있게 인사 못한 사람들에게 인사나 하고 가고 싶다는 마음에 결국 또 제일 늦게 퇴근했네. 사무실에서 울지는 말아야지,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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