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9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시내 여행하기

샹그리아 한 잔과 빠에야 바닥까지 긁어 싹싹 먹기

by 세니seny

인터넷엔 바르셀로나 맛집 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시내 중심가에서 살짝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아서인지 숙소에선 가기 멀어서 포기. 대신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의 구글맵 후기와 평점이 괜찮은 곳으로, 한국인의 추천이 없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내 감을 믿자.


올리브와 샹그리아 한 잔. 너무 맛있어! (@바르셀로나, 2024.05)


빠에야에 샹그리아만 시키려다 느끼할 거 같아 올리브도 시켜봤다. 빠에야가 한참 이따 나왔기 때문에 올리브를 먼저 시킨 건 신의 한 수. 먼저 나온 올리브를 안주 삼아 샹그리아랑 냠냠 먹었다. 이게 스페인 와서 마시는 첫 샹그리아라 비교대상이 없지만 적어도 아주 맛없는 샹그리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빠에야는 어느 가게든 대체로 2인분부터 가능했는데 여기는 숙소에서 가까운 데다 1인분도 가능하다고 해서 왔다. 빠에야는 보통 우리나라의 볶음밥에 비유하는데 맛은 비슷할지 몰라도 조리 과정이 다르다. 볶음밥은 이미 익은 쌀밥을 프라이팬에 다른 재료와 넣고 볶는 것이라 조리시간이 길지 않고 쌀이 잘 익어있다.


반면 빠에야는 생쌀과 재료를 넣고 찌는(?) 개념이라 어딜 가서 주문해도 한참 아니 꽤 오래 걸린다. 생쌀을 익힌 거라 잘못하면 덜 익을 때도 있다. 빠에야 시키고 늦게 나온다고 불만인 사람들의 후기가 인터넷에 넘쳐나는데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음식이니 미리 알고 가면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빠에야. 또 먹고 싶다. (@바르셀로나, 2024.05)

그래서 여기서 시킨 빠에야도 한참 뒤에나 나왔다. 어느 가게든 빠에야는 한국사람 입맛에 짜다는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으나 이 가게는 하나도 안 짰다. 그래서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혹시라도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구글링크 좌표 남깁니다. 맛집이라고 소개하진 않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국인 입맛에 안 짜고, 1인분이 가능한 빠에야 집이다.



잘 먹고 나오니 배도 부르다. 저녁 먹으러 일찍 나왔더니 아직 8시도 안 됐다. 교통권 횟수도 여유 있어서 식당에서 숙소 근처 공원까지 간 공원에서 공원구경 및 산책도 하고 그러면서 술도 좀 깬 상태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별 것도 아니게 짠 이 코스가 예상치도 못하게 느무 좋은 거다. 아마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고, 알코올 기운으로 약간 알딸딸해서 그런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공원에 많이 들르지만 주로 평일 낮이나 주말에 왔지 평일 저녁 시간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 평일 저녁의 공원은 주말과는 다른 의미로 활기가 넘쳤다. 월요일 하루를 마치고 조깅하는 사람들, 친구와 연인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또 다양한 형태로 모여서 운동하는 사람들까지.


저기 정자(?) 같은데 모여서 춤추고 있는 사람들 ㅎㅎ (@바르셀로나, 2024.05)


오늘 아침에 요가했던 것처럼 모이는 사람들도 보였고, 가족이나 친구가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탱고 같은 춤을 배우는 사람들까지 있더라. 우리나라에도 공원은 많이 있지만 주말은 몰라도 특히 평일은 이렇게 여유가 넘치고 여가를 보내는 바이브는 아니다. 분위기가 달라. 그것도 이런 바이브는 한강공원에서나 조금 맛볼 수 있을까? 동네 공원은 무리.


이 시간대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쇼핑몰에 들어가 있거나 핫플레이스로 일컬어지는 동네의 거리를 걷고 있다. 동네의 공원에는 각자 파워워킹이나 러닝을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낯선 사람들끼린 잘 모이지 않는다. 이런 건 의식과 환경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는 거라 우리나라에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술도 한잔 해서 깰 겸 그리고 이 공원도 와보고 싶었는데 못 와봐서 올 겸 해서 온 건데 이 시간에, 이 코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 씻고 다음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 꽤 괜찮았던 스페인 첫 도시 바르셀로나여, adio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8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시내 여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