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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테네 국립 도서관 방문

아테네 시내에는 왜 서점이 많을까?

by 세니seny

내일이면 그리스를 떠나 이탈리아로 이동한다. 그래서 오늘이 아테네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그리스 국립도서관 방문과 해변가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낼 예정이다.


며칠 간 숙소와 지하철역 사이를 걸어다니며 발견한 사실. 지하철역 근처로 가면 갈수록 서점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는데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오늘은 서점이 열려있기도 하고 아테네 마지막날인데 뭔들 못하겠냐 싶어서 일단 들어갔다. 알지도 못하는 그리스어로 된 책들을 둘러보다 작지만 알찬 해리포터 코너를 발견했다. 해리포터는 정말 전세계 어딜 가도 다 있구나.


아테네 시내의 서점에서 해리포터 코너 발견. (@아테네, 2024.04)


그리고 서점을 나오기 전, 용기를 내서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왜 아테네에는 서점이 유독 많이 보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른 이유는 없고 여기가 city center라 그렇단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서점이 없다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심가에도 이렇게 1층에 한집 걸러 한집 정도로 서점들이 있진 않단 말이야. 아무튼 궁금증은 해결했다.

이제 오늘의 진짜 목적지인 그리스 국립도서관을 향해 간다. 버스를 타고 하차해 지도 보고 걷다가 어느 순간 광장이라고 해야하나 조정경기장 같은 곳이 있길래 신기해서 거길 따라가다보니 저쪽 건너편에 멋드러진 건물이 하나 보였다. 누가봐도 그 근방에 눈에 띄는 건물은 그거 밖에 없어서 뭔가 싶었는데 그게 바로 도서관과 오페라하우스 건물이었다.


두둥. 이 멋진 건물이 도서관이다. (@아테네, 2024.04)



드디어 건물 앞에 도착했다. 한글로 도서관이라는 글자 발견해서 반갑게 사진 찍고 안으로 입장했는데 입구부터 여기저기 무서운 시큐리티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정말 곳곳에 서있더라. 아침에 게스트하우스 스탭한테 여기 갈 건데 나같은 일반인도 입장이 되냐를 물어보고 싶었는데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하더라. 대신 오늘 문 열었는지 아닌지 확인해줬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국립중앙도서관 들어가는 게 까다로워서 물어본건데 우리나라랑 개념이 좀 다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아네테 국립도서관 내부. 짜잔. (@아테네, 2024.04)


들어오고 나서 안 사실인데 도서관안에 발을 '들이는' 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될 정도로 쉬웠다. 하지만 도서관 내부는 나같이 회원이 아닌 외부인은 못 들어가는 제한구역이 많았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입장이 번거롭지만 입장만 하면 모든 걸 다 둘러볼 수 있는데. 그저 입장방식의 차이였다. 열람실에 들어가서 한국관련 책도 찾아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도서관은 3층까지인데 열람실, 독서실, 컴퓨터실도 있었고 그 외 공용공간도 넓고 편한 의자도 놓여있었다. 전체적으로 탁 트이고 넓고 여유로운 느낌이라 좋았고 3층에는 상설전시도 하고 있었는데 그리스의 무대설치와 화가이기도 한 작가 Marilena Aravantinou의 전시였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그림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구경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진 앱으로 사진을 찍어도 내 눈에 비치는 색감보다 못하게 나왔다.


도서관에서 열린 작은 전시회. (@아테네, 2024.04)


그리고 2층에 내려갔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어서 옳타구나! 하고 신나서 쫄래쫄래 들어가서 구경할려고 하니 제지당했다. 그리스어로 뭐라 하면서 바깥으로 손짓하는 걸 보니 나는 못 들어간다는 뜻인거 같다. 그래도 친절하게(?) 문 밖까지 직접 데리고 나와서 쫓아내주었다.


3층에서 책도 읽고 시간을 보내다 배도 고프고 해서 밖에 보니까 광장에 푸드트럭이 있어서 여기서 먹기로 했다. 크레페 와플 쪽이 끌려서 갔는데 줄도 섰고 비쌌다. 그래서 건너편에 샌드위치랑 음료 파는 곳으로 갔다.


샌드위치는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창렬했지만 배고프니 잘 먹었고 아페롤 스프리츠라는 이탈리아 식전주 팔길래 한 번 시켜봤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손 댄 알코올이다. 맥주 러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말 슬픈 일이다.


여러모로 아쉬웠던 점심. 하지만 배고프니 먹었다. (@아테네, 2024.04)


그리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는데 도서관 말고 중앙 통로로 들어가니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테네 시내가 다 내려다보이고 심지어 저 멀리 아크로폴리도 보인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했지만 오길 잘했다. 보니까 여기서 쭉 내려가면 정원을 따라 내려가는건데 날도 덥고 또 어디로 나갈지 모르니 일단 다시 밑으로 내려왔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주말엔 북적댈 것 같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풍경. (@아테네, 2024.04)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이 멀리 그리스까지 오기 위해선 시간과 돈 모두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여행가고 싶은 곳들이 많이 남아있고 안 가본 곳들을 먼저 가보고 싶기 때문에 또 왔던 곳을 다시 찾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확률적으로 이 곳에 다시 올 확률은 낮다고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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