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9 샤갈 박물관 방문 그리고 니스를 떠나다

종교 관련 작품이 가득한 샤갈박물관 그리고 님을 향해

by 세니seny


기념품을 산 뒤 그제야 샤갈 박물관 쪽으로 출발. 아까 오던 길이 아니라 그런지 좀 헤맸다. 그리고 나니 어제 짐 끌고 걸어왔던 익숙한 대로변이 나와서 음악 들으며 신나게 걸었다.


그런데 걷다 문득 든 생각. 혹시 이 미술관도 점심시간엔 운영 안 하는 거 아냐?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나. 여기도 어제 피카소 미술관처럼 점심시간으로 추정되는 1-2시 사이에는 아예 문을 닫았다.


니스에 있는 샤갈 박물관 입구. (@니스, 2024.05)


일단 니스 시내로부터 한-참을 걸어서 왔다. 그런데 멀리서부터 줄이 보인다. 그제야 후기를 자세히 읽어보니 어제 피카소 미술관 하고 운영방식이 똑같다. 그 말인즉슨 진짜 10시 땡 오픈하기 전에 미리 서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입구에서 관람객 인원을 조절해서 사람을 천천히 들여보낸다는 걸 뜻하는 거였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는 보겠지만… 잘못하면 점심시간 전에 입장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30분 기다려서 들어가긴 했다. 원래는 유료인데 무료로 입장했다. 알고 보니 6/1부터 새로운 전시가 있어서 공사 중이라 볼 수 있는 구역이 매우 제한적인 데다 그중에 또 한 군데는 12-2시까지 닫는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12-2시에 못 들어가는 구역은 딱 나부터 못 들어가게 해서 그 전시실은 구경도 못했다.


니스 샤갈 박물관 내부. (@니스, 2024.05)


죄다 성경 관련된 그림이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좋았다. 샤갈풍의 그림이 좋은 거니까. 구경을 잘 마치고 굿즈샵에 갔는데 딱히 사고 싶은 건 없었다. 어린이용(?)으로 샤갈의 그림을 가지고 샤갈의 인생을 설명한 그림책 같은 게 있어가지고 소리 내어 읽으니 프랑스어 공부가 되었다.


화장실 들렀다가 1시에 미술관 문 닫기 전에 정원에서 쉬다 가야지. 배고프다. 마침 혼자 떨어진 자리에 의자가 하나 있어서 냉큼 앉았다. 클래지콰이 음악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이 시간 만끽하기. 박물관은 1-2시 사이 닫지만 이미 정원에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점심도 먹어야 하니 슬슬 나왔다.


샤갈 박물관 안에 있는 정원. (@니스, 2024.05)


어제 들른 맥도널드와 비교하기 위해 오늘 점심은 KFC다. 어제와는 달리 주문을 하고 내가 물건을 가져가야 하는 방식이었다. 날도 덥고 해서 아이스크림까지 시켰고 어제 맥날처럼 기다릴 줄 알았는데 패스트푸드답게 5분도 안 걸려서 나왔다.


프랑스 KFC는 이렇게 생겼다. (@니스, 2024.05)


아이스크림을 나중에 가져오는 걸로 선택했다가 나중에 어떻게 달라고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지금 달라고 하고 쟁반을 봤다. 어라, 그런데 나는 콜라 주문했는데 왜 콜라는 없고 물이 있지? 이상하네? 그런데 아까 가만 생각해 보니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 빨간색 로고가 있길래 당연히 코카콜라인 줄 알고 무심코 눌렀는데 그게 물 브랜드였던 거다.


치킨은 역시 맛있었는데 치즈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좀 짰다. 감자튀김 대신 샐러드로 시켰는데 잘 시켰다. 콜라가 딱인데 아쉽지만 물로 짠기를 달래고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났더니 춥다. 이건 뭐 중간이 없네.


아침에 체크아웃한 숙소에서 짐을 찾고 정리를 살짝 한 뒤 다시 역까지 가는 먼 길을 나선다. 역까지 거리가 한참 되는 데다 짐이 있어서 천천히 가기로 했다. 그나마 돌바닥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천신만고 끝에 니스역에 도착했다.


여유 있게 와서 대합실에서 기다린다. 오늘 기차는 직행이 아니라 마르세유에서 한번 갈아타야 해서 귀찮다. 스위스 기차는 짐을 싣기 좋도록 플랫폼 바닥과 기차 바닥 높이가 같아(=수평) 참 편해서 짐 싣고 내린다는 거에 대한 부담이 적었는데 프랑스는 아니다. 우리나라 열차처럼 좁고 가파른 계단이다. 뒤에는 배낭을 멘 채로 캐리어를 끌고 오르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발 헛디디는 순간… (이하 생략)


오늘 아침에 바다를 본 순간 니스를 떠나기 싫었다. 오늘 목적지인 님Nimmes이란 도시는 아비뇽보다 더 작은 도시다. 님에서 3박을 하며 에어비앤비에 묵는데 이 숙소는 할머니 혼자 사시는 곳이라 화장실, 부엌 등을 공유해야 해서 좀 걱정이다. 여태까지 에어비앤비를 몇 번이고 써봤지만 혼자 쓰는 숙소이거나 파리처럼 게스트와 호스트 공간이 아예 분리된 곳만 예약했기 때문이다.


6시가 되어 환승해야 하는 마르세이유 역에 도착했다. 여기가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 제목에도 있는 그 마르세이유구나. (그녀의 노래 중 <Somewhere near Marseille>라는 곡이 있다) 환승열차도 이미 와 있어서 바로 탔는데 자리가 꽉꽉 들어차 있다. 혼자 여행할 때의 좋은 점은 그냥 적당히 비어있는데 찾아서 앉으면 돼서 편하다.


캐리어부터 실으려고 짐칸 찾고 짐 놓고 보니 바로 앞에 한자리가 딱 비었네. 그래서 앉았는데 보니까 부부(인지 커플인지) 둘 다 농아이신가 보다. 영상통화를 틀고도 손만 움직이고 계셨다.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통화였다. 이 테이블에는 이 부부와 나 말고 한 명의 여성이 더 앉아 있었다. 내가 앉기 전부터 이미 앉아 있어서 당연히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냥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 덕에 네 명이 앉는 자리에 4명이 다 앉아있는데도 조용하게 간다. 이전 기차에서 소음에 너무 시달려서 이런 조용함이 너무나 맘에 든다. 오늘의 에어비앤비 호스트인 조지앤 할머니에게도 언제쯤 도착예정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놓았다. 아까 기차 타자마자 오늘 저녁식사가 될 빵도 부지런히 먹었으니 이제 나머지 기차여행을 즐기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8 파아란 바닷가가 인상적인 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