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불가능‘을 읽고 도전해 본 결과
작년 연말, K와 나는 우연히 한 서점에 들렀다가 서로 책을 한 권 씩 선물해 주기로 했다. 나는 K에게 도시와 건축에 관련된 책(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을 선물해 주었고, K는 나에게 ‘가능한 불가능’(저자 신은혜)이라는 책을 선물해 주었다. 그땐 몰랐다. 내가 일 년 전 세운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될 줄은.
이 책의 부제는 ‘1년에 딱 하나라면’. 작가는 친구와 내기를 걸고 각자 1년간 달성할 목표를 하나씩 정한다. 달성 못하는 사람이 달성하는 사람에게 50만 원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내기로 시작했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경험이 쌓이면서 운전, 영어 회화, 수영, 피아노 등 직장을 다니면서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던 것을 일 년에 하나씩 9년간 성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K와 한번 해보기로 했다. 올해 초 우리는 호텔 뷔페를 걸고 각자 목표를 정했다. K는 오픽(영어회화시험)에서 최고등급인 AL 받기, 나는 브런치에 글을 20개 연재하기로 했다. 직장인인 우리는 더 이상 무언가를 ‘이뤄낼’ 필요가 없었기에, 삶의 목표가 생긴 것이 활기차기도, 한 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혼자 목표를 세운 것보다 효과가 있었다. 은근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 비싼 돈을 내지 않으려고 둘 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K는 상반기에 금방 자기 목표를 이뤄냈다. K는 전형적인 이과 공대생이고, 취준생들도 IH등급까지는 어떻게 되더라도 AL을 받기는 꽤 어려워서 몇 번씩 시험을 보기 때문에 꽤나 도전적인 목표였는데도 몇 번의 시험 끝에 AL을 받아냈다. 나는 이대로 가다간 내기에서 지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12개월에 20개를 쓰면 되니까 대충 한 달에 한두 편의 글을 쓰면 되는 거였는데, 막상 미루고 미루다 보니 연말까지 질질 끌고 왔다. 그래도 중간에 10개까지 썼을 때, 15개까지 썼을 때 꽤나 성취감이 들었다. 목표 달성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는 희열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가 거의 끝나갈 무렵인 지금, 나는 스무 번째 올해의 마지막 글을 쓰면서 드디어 목표를 달성했다!
그래서 우리는 1월에 호텔 뷔페를 먹으러 갈 예정이다. 둘 다 목표를 달성한 덕분에 사이좋게 더치페이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올해가 가기 전에 내년 목표를 새로 정하려고 한다. 올해 한 번 해봤으니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동시에 목표를 정하는 데 조금 더 신중하게 되었다. 잘 생각해 보면 이 목표라는 것이 종류가 나뉜다. 올해 K의 목표의 경우 ‘오픽 AL등급 받기’였는데, 이건 노력해도 가능할 수도 있고 불가능할 수도 있는 목표다. 한마디로 ‘도전’에 가깝다. 반면 나의 목표였던 ‘브런치에 글 20개 연재하기‘는 노력하면 무조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다. 이건 ‘연습‘에 가깝다.
연습이든 도전이든 우리가 노력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지만 사람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목표의 성격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K의 경우 성취 지향적이고 부지런한 성격 때문에 도전적인 목표가 적합했다고 본다. 반면 나의 경우 그런 도전적인 목표, 예를 들면 ‘브런치에 좋아요 30개 이상 받는 글 쓰기’와 같은 식으로 했다면 금세 의욕이 꺾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지런함이 부족한 나에게는 글을 어느 정도 쓰게 하는 정량적인 목표가 더 적합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와서 아쉬운 것은 차라리 ‘한 달에 글 두 편 연재하기’라고 했으면 지금처럼 막판에 몰아 쓰지 않고 글쓰기의 부지런함이 더 길러졌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생각할 점은, ‘목표’라는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 목표 달성 레이스의 시발점인 ’가능한 불가능‘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면서 ’이거 한 번쯤은 하고 싶었다‘는 것들을 이뤄냈다. 좋아하는 곡 피아노로 연주하기, 하와이에서 1년 살아보기, 하와이 바다에서 헤엄칠 걸 대비한 수영 배우기 등등. 원초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에서 출발해야 동기부여가 되고 그 과정을 즐길 수가 있다. 작가가 10년간 이뤄낸 것처럼, 나도 10년 후 뒤를 돌아봤을 때 ’와, 내가 하고 싶었던 거 이렇게 다 했네‘ 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자기 계발, 성장 뭐 그런 대단한 게 아니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고 목표를 정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혼자 하면 포기가 빨라 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아지고, 또 설령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한 개를 성취하는 반면에 같이 하면 상대와의 약속이니 포기할 수도 없고 목표 달성에 성공한다면 상대의 목표도 함께 성취한 느낌이 들어서 성취감도 두 배가 된다. 감히 예측컨대 나는 K와 매년 이 목표달성 내기를 하게 될 것 같다. 이 내기가 아니었다면, ‘가능한 불가능’이라는 책이 아니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것을 이룬 것에 참 감사하며, 다시 한번 느낀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가능한 불가능’이라는 의미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살면서 하고 싶지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하지 못한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가능한) 하지 않아 온 것(불가능)이라는 비판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살면 살수록 인생은 짧다. 하고 싶은 것을 할 기회는 이번 해 뿐이다! 라는 마음으로 새해에 누군가에게 내기를 걸어보자. 이 책이 내 한 해를 바꾸었듯이 이 글이 당신의 내년을 바꾸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