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iconic box
god의 음악은 사실 2집부터 그야말로 메가히트 곡이 많다.
1집은, 사실 진짜 팬들이 아니면 “어머님께”말고는 유명한 곡들이 없다.
근데
사실 난 1집을 들으면 나는 내 고등학교 시절이 자동재생 된다.
테이프를 늘어지게 들으면서, 밤새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던 그 시절의 내가
god는 말 그대로 너무도 국민 그룹이라서, 사실 인천 촌구석에 처박혀 살았던 내가 “육아일기”를 녹화해서 보는 것 말고는
팬이랍시고 할 수 있던 것이 별로 없었다.
문구점에서 그 시절의 오빠들 사진을 사서 모으고
테이프와 cd를 사서 무한반복으로 노래를 들으며 공부했던 내가
그 순간을 견딜 수 있던 유일한 힘이 사실 그 노래들 밖에는 없었다.
나는 늘 귀에 이어폰을 터지게 틀어 놓고 밤새 공부를 했었다.
음악에는 시간이 담긴다.
가끔은 한 곡만으로도 오래전의 내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god의 노래가 내게는 늘 그런 존재였다.
메가히트된 곡들은 아니어도, 나는 god의 1집이 참 좋다.
그 시절에 나는 내가 오빠들 콘서트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시절이 오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
“난 너에게”라는 곡이 있다.
호영이와 계상의 어린 목소리의 희안한 랩과 함께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잊지못할 기억이 되고 싶어.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소중했던 추억이 되고 싶어.
지금은 44살이 된 태우의 18살즈음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오빠들 이 노래도 해주면 안됨?!)
god는 내 안목의 상징이다.
내가 그렇게 열광했던 그들은 여전히 현역이다.
여전히 서로 사랑하며, 큰 사건 사고 없이 서로를 향해 애정을 뿜으며 노래를 부른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이 콘서트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말한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은 여전히 현역이라고.
2년만에 다시 콘서트에 갔다.
작년은 결혼 10주년이라고 해외에 있던 통에, 콘서트를 못간게 한이 되었지
올해는 - 진짜 직장에서는 너무 바빠 숨도 쉴수 없었는데 -
콘서트 갈라고 진짜 열심히 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 또 너무 신났다.
또 내가 이걸 보는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오늘 목이 쉬어서가리라 작정하고 질렀는데
목보다 체력이 먼저 떨어지기는 했다.
계상이가 너희도 힘들구나
그래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 뭐
서 있어만 주시오. 노래는 우리가 부를께.
준형오빠?가 말한다.
god팬들은 비싼돈 내고 들어와서 지들이 노래를 더 많이 부르고 간다고
한동안 잊고 살았다.
일과 아이들을 챙기는 일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던 날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날은
오랜만에 ‘온전한 내이름’을다시 꺼내 본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콘서트 표 한 장 사려면
엄마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고
앨범을 사는 일도 큰 결심이었다.
지금은
내가 번 돈으로 걱정없이 티켓팅을 해서,
차를 몰고 공연장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이 꽤나 뿌듯했다.
공연 중 호영이가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기억하자고.”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내년에도 볼 수 있을지 모르고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
이젠 그걸 너무 잘 아는 나이가 되었다.
어느것도 영원하지는 않다. 영원할 것 같은 것들도 사라질 수 있는 ”순간“을 살고 있으니....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랜만에 가벼웠다.
육아에 파묻혀 지내던 시간들이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2018년.
내가 다시 KSPO Dome에서 지오디 콘서트를 볼때도 뭔가 내 세포들이 다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기나긴 산후우울증에 잠겨있던 세포들이 다시 열일곱, 스물일곱을 지나 서른일곱으로 정렬되는 느낌.
이제 다시 다시 새로운 챕터로 내 세포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남편이 조용히 잘 재우고 있었다.
엄마 콘서트 다녀오라고.
아이들 손을 잡고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희미한 확신도 생겼다.
이제 조금 더 컸구나.
그날은 그런 밤이었다.
크지 않지만
오늘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힘이 되어준 시간.
그리고 나에게 아직도 열일곱의 불꽃이 남아 있다는 걸
조용히 알려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