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했다는 이유로 미움받는 시대
집 한 채를 샀다고 했다.
별말 없던 친구가 한참을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다주택자는 아니지?”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집이... 죄가 되었구나.
나는 부자가 아니다.
대출을 끼고, 통장을 비우고, 오랫동안 고민해서
겨우 한 채를 마련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을 가졌다는 말 한마디가
사람들과의 거리를 만든다.
“요즘 집값 때문에 다들 힘든데…”
“좋겠다, 부동산으로 돈 벌었겠네.”
그 말들은 나를 부러워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너는 이쪽 사람이 아니야’라는
조용한 선 긋기처럼 들린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세금과 규제를 강화했고,
여론은 다주택자들을 “악의 축”처럼 몰아갔다.
물론 불공정한 투기와 정보 비리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정당하게 마련한 집 한 채까지
‘사회적 죄의식’ 속에 넣는 분위기는
분명 잘못됐다.
“소유 그 자체가 죄다”라는 인식은
자유로운 선택과 책임 있는 자산 축적을
모두 불온하게 만든다.
요즘 사람들은 집을 사고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숨긴다.
혹은 변명한다.
“진짜 실거주예요.”
“팔 생각 없어요.”
“대출이 많아서 부담돼요…”
그 말들 속에는
“저, 죄 짓지 않았어요”라는 방어적 태도가 담겨 있다.
그게 지금 우리 사회다.
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움받을까 봐
먼저 죄를 고백해야 하는 시대.
‘부자=착취자’
‘집 가진 사람=기득권’
‘다주택자=투기꾼’
이렇게 단순한 등식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는
성실함과 노력의 의미조차 퇴색시킨다.
부정한 방법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자산을 모은 사람마저
고개 숙이게 된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주지 못한다.
진짜 문제는
투기를 방치한 정책이고,
불평등한 정보를 가진 특권층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점점
“집 가진 사람” 전체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럴수록 사회는 증오로 나뉘고,
성실한 사람들까지 위축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집은 인간에게 너무도 기본적인 공간이다.
가족을 지키고, 삶을 설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이다.
그 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해야 하고, 미안해야 하고,
숨겨야 한다면,
우리는 지금,
너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당신은 언제, 가진 것을 미안해한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