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험을 파는지’보다, ‘누구를 위해 설계됐는지’를 보라
보험 상담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 상품은 저도 가입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요.”
왠지 믿음이 간다.
‘전문가도 들었다니, 이건 좋은 상품이겠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왜 보험 설계사 본인은 해지하지 않을까?
왜 그렇게 많은 고객들이 중도 해지를 하는데,
그들은 묵묵히 유지를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험 구조의 핵심은 ‘리스크 헤지’가 아니라
‘수수료 구조’에 있다.
보험은 금융상품이지만,
대부분의 보험사 매출은 ‘가입 시점’에 이미 결정된다.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면,
설계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수당을 받는다:
초회 수수료 (1년차 수당): 가입금액의 최대 50~90%
유지 수수료: 2년차부터 매년 납입금의 2~5%
즉, 고객이 10만 원짜리 보험에 가입하면
설계사는 첫해에 최대 9만 원 가까운 수당을 받는다.
문제는, 고객이 1~2년 내에 보험을 해지하면
이 수당이 ‘환수’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설계사는 자기 보험을 쉽게 해지하지 않는다.
자기 보험도 “설계사 본인의 실적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보험은 장기 계약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2~3년 안에 해지한다.
그럴 경우 고객이 겪는 손실은 다음과 같다:
해지환급금이 납입금보다 적다
실손보험 등 특약이 사라진다
가입 연령 기준 손실이 발생한다 → 새로 가입하면 더 비싸진다
반면, 보험사는 손해 보지 않는다.
이미 1~2년 치 수수료는 확보했고,
해지에 따른 손실은 고객의 몫이다.
“이 보험은 비효율적이니, 새 상품으로 바꿔드릴게요.”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의 제안은 사실상 해지 후 재가입이다.
이때 설계사는 또다시 초회 수수료를 받는다.
그리고 당신은
기존 상품의 보장 이력
유리한 가입 연령
과거 병력 제외 조건 등
모든 걸 초기화하게 된다.
‘더 좋은 보장으로 갈아타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은 설계사의 새로운 실적 구조가 세팅되는 것일 뿐이다.
보험회사는 설계사에게 매달 실적 압박을 준다.
매월 몇 건, 연간 몇 천만 원 실적을 요구한다.
그러다 보니 판매가 목적이 되는 순간,
고객 중심의 설계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쉽다.
당장의 수수료가 높은 종신보험을 권하고
보장보다 납입 기간을 길게 설계하고
고객이 이해하지 못한 특약을 빼곡히 넣는다
이 구조를 모르는 고객은
‘나를 위한 보험’이라고 믿지만,
사실은 설계사의 실적과 보험사의 매출을 위한 구조에
자신의 수입을 납입하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는 쉽게 만들고 쉽게 해지할 수 있다.
예금 통장은 금방 만들고 금방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은 다르다.
가입은 빠르게 가능하지만,
해지는 심리적, 실질적 진입 장벽이 크다.
해지하면 손해 본다는 인식
‘보험 없는 공백기에 사고 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설계사가 주는 죄책감 (“지금 해지하면 손해예요”)
이 모든 감정이
보험 유지라는 ‘심리적 장벽’을 만든다.
그리고 그 장벽은 보험사의 수익으로 연결된다.
보험은 착한 상품이 아니다.
보험은 구조적으로 고객보다 회사를 먼저 이롭게 만드는 상품이다.
진짜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점검할 건 보장 범위가 아니라,
그 상품이 누구의 수익 구조로 설계되었는가이다.
지금 내가 납입 중인 보험은
정말 나의 리스크를 위한 상품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실적을 위한 구조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