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금융상품 설명서는 그렇게 복잡할까?

모르면 가입하게 되는 구조

by LIFOJ

“이건 그냥 형식적인 문서예요”

보험에 가입할 때, 펀드 계약서에 서명할 때,
직원들은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이거 다 읽는 사람 없어요. 그냥 설명만 들으시면 돼요.”
“필수 서류라서 형식적으로 받는 거예요.”

그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두꺼운 문서에
서명하고, 지장 찍고, 그대로 집에 가져와 넣어둔다.

하지만 설명서를 정말 ‘설명서’로 본 적 있는가?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단어들은
정말 고객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도록 설계된 방패막이일까?


정보는 공개되어 있지만, 이해는 비공개다

금융사들은 늘 말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실제로도 설명서는 법적으로 정해진 항목들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다.

수수료율

해지 환급 구조

예상 수익률 시뮬레이션

리스크 등급

특약 조건

하지만 문제는,
이 정보들이 ‘공개’되어 있지만 ‘이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의학 논문을 환자에게 그대로 건네주는 것과 같다.


왜 이렇게 어렵게 쓰일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고객이 잘 모르고 가입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총 보수율이 연 1.7%인 펀드

해지 시 환급률이 30%밖에 안 되는 보험

은행에 묶이는 기간이 5년 이상인 정기예금

이런 상품을 고객이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가입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설명이 복잡하면?
대부분은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태도로 서명하게 된다.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는 ‘무지의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한다

금융은 늘 ‘책임의 전가 게임’이다.
판매자는 “설명했다”고 주장하고,
고객은 “그렇게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결국 법적 책임은 설명서를 읽고 사인한 고객에게 돌아간다.

이때 금융사 입장에선
내용이 어려울수록 유리하다.

고객이 질문하지 않게 되고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방어 수단이 생기며

‘고지 의무’만 지키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과잉은 때로 ‘차단’의 수단이 된다

우리는 흔히 정보가 많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보가 많아지면
핵심을 가리는 수단으로도 쓰일 수 있다.

불리한 조건은 본문이 아닌 각주에 적는다

중요한 제약 조건은 ‘법적 문구’로만 표현한다

수수료 구조는 명확하게 요약하지 않는다

예시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 + 알파’로 과장된다

그 결과, 고객은
정보가 많은데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상품에 서명하기 전,
꼭 확인해야 할 3가지는 아래와 같다.

해지 시 환급 구조

총 수수료율 (선취/보수/기타)

위험 발생 시 책임 소재 (원금 비보장 여부, 리스크 등급)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모르면 서명하지 말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가 안 되는 항목은 반드시 질문해야 한다.
질문에 답을 못하거나 회피한다면,
그 상품은 당신을 위한 상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마무리 – 설명서를 이해한 사람만이 보호받는다

금융은 점점 복잡해지고,
그 복잡함은 점점 포장되어 간다.

‘공개된 정보’는 당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
이해한 정보만이 당신을 보호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설명서를 끝까지 읽어본 적 없다면,
당신은 이미 시스템이 기대한 대로 행동해온 셈이다.

그 기대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돈은 당신의 것이 된다.


Reflection Question

금융상품 가입 시,
나는 설명서를 읽고 이해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늘,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말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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