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왜 늘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을까?

정보 비대칭이 아니라, 정보 설계일 수도 있다

by LIFOJ

“저는 그냥 안내받은 대로 했을 뿐이에요”

누군가의 펀드가 손실을 기록하고,
보험 해지금이 예상보다 적고,
외환 거래로 수수료가 예상 이상으로 나왔을 때,
고객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냥 설명해준 대로 했을 뿐인데요.”
“그런 조건인 줄은 몰랐어요.”

그리고 금융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전에 설명드렸고, 서명도 받았습니다.”
“상품 구조와 조건은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대화는 언제나
정보를 가진 쪽과 정보가 부족한 쪽 사이의 전형적인 구조에서 벌어진다.
이걸 경제학에선 정보 비대칭이라 부른다.
하지만 금융에서는 이게 단순한 ‘불균형’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설계된 구조일 수도 있다.


고객에게는 안 보이는 정보가 있다

금융사 직원은 다음과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상품을 만들게 된 배경

수익을 계산하는 정확한 방식

다른 고객들의 반응과 해지율

수수료와 리스크를 숨기는 표현 방식

내부 리스크 평가 시뮬레이션

반면, 고객은

상품 브로셔

법적 의무에 따른 요약설명

평균적인 예상 수익률 시나리오
정도의 정보만 갖는다.

문제는 이 정보 차이가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판단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왜 금융은 늘 정보를 ‘축약’해서 설명할까?

정보 비대칭은 ‘편리함’을 이유로 포장된다.
“고객님이 이해하시기 쉽게 요약했습니다.”
“핵심만 전달드릴게요.”

하지만 이 요약 과정에서

리스크 관련 정보는 단순화되고

수수료 구조는 흐려지며

불리한 조건은 빠지거나 축소된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정보를 제공받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공받지 않은 상태’가 된다.


문제는 ‘모른다’가 아니라 ‘모르게 만든다’는 것

금융사는 고객이 모든 정보를 이해하길 바라지 않는다.
이해한 상태의 고객은 까다롭기 때문이다.

질문이 많아진다

대안 상품을 요구한다

더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가입을 망설이거나, 조건 변경을 요청한다

결국 ‘모른 채로 가입하는 고객’이
단기간 내 실적과 수익에 가장 유리한 고객이다.
그래서 많은 상품은
‘설명이 어렵도록’ 설계되고,
‘질문을 유도하지 않도록’ 설명된다.


“안 물어봤으니까 안 알려줬어요”는 정당할까?

고객은 종종 이런 경험을 한다.
상품을 해지하거나 손해를 본 뒤,
처음 듣는 조건이나 제한 조항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때 금융사는 말한다.
“설명서에 나와 있습니다.”
“사인하셨잖아요.”

이건 정보 제공이 아니라
정보의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긴 구조다.
모르기 쉬운 형태로 설명하고,
모른 채 서명하게 만든 뒤,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말하는 구조.

이건 비대칭이 아니라
정보 설계의 문제다.


고객이 정보를 역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다음의 행동은 필요하다.

질문하기: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묻고 확인하기

비교하기: 동일한 유형의 상품을 2~3개 이상 비교해보기

요청하기: 상품의 ‘정식 설명서’나 ‘수수료 항목표’를 요구하기

거절하기: 설명이 불충분하거나 회피할 때는 서명을 미루기

정보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순간,
상대의 태도는 달라진다.
무지한 소비자에게 유리한 금융은 없다.


마무리 – 모르면 손해 보는 구조, 모르게 만드는 전략

금융에서의 정보 비대칭은
‘우연히 생긴 결과’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전략적으로 설계된 현실이다.

금융사가 고객보다 많은 정보를 갖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고객이 몰라야 유리한 상품이라면,
그건 처음부터 고객을 위한 상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왜 나는 이걸 이제야 알게 되었는가?”
이 질문이 쌓일수록,
정보는 나에게로 이동한다.


Reflection Question

지금 내가 가입한 금융상품에서,
나는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게 되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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