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는 왜 항상 고객이 먼저 질까?

금융은 손실을 어떻게 ‘전가’하는가

by LIFOJ

“시장 상황이 좀 안 좋아서요”

펀드 수익률이 떨어졌을 때,
보험 해지환급금이 예상보다 낮았을 때,
연금 상품의 수익이 마이너스가 났을 때,
금융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시장 변동성 때문입니다.”
“해지 시점의 기준가가 안 좋아서요.”
“금리가 올라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말은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손실은 늘 고객의 몫이 된다.
운용사나 판매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리스크는 고객에게, 수수료는 회사에게.
이 구조는 언제부터 이렇게 고정된 걸까?


금융상품은 손해를 ‘공평하게’ 나누지 않는다

우리가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
그 상품은 마치 ‘같이 손익을 나누는 구조’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대부분의 금융상품은
손실은 고객이 지고,
비용은 고객이 내고,
수익은 회사가 먼저 챙기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펀드가 손실을 보면 고객 자산이 줄지만,
운용사는 보수율 × 자산 규모만큼 수수료를 계속 챙긴다.

보험 상품을 중도 해지하면,
고객은 환급금 손해를 보지만,
보험사는 초회 수수료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외화 예금의 환차손이 발생하면,
그 손실은 전적으로 고객 부담이다.

그 누구도, 고객의 손해를 함께 지지 않는다.


이 구조는 설계할 때부터 그렇게 짜여 있다

금융상품은 설계 단계에서
‘리스크 분배 구조’가 결정된다.

누가 먼저 손실을 감당할 것인가

어떤 구간부터 수수료가 발생할 것인가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조기 해지나 불가피한 환매 시 손해는 누구 몫인가

놀랍게도,
이런 조건은 거의 대부분 고객에게 불리하게 배분되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리스크는 선진적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후진적으로 전가된다

선진 금융이라면
리스크를 운용사와 고객이 함께 나누는 구조여야 한다.
성과형 보수, 일정 구간 이상의 손실 발생 시 수수료 면제 등.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는
손실을 고객에게 먼저 전가하는 후진적 구조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시장이 불안정해지면 상품 판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더 많은 가입을 유도한다.


구조가 복잡한 상품일수록,
설명은 간략해지고,
손실 책임은 전적으로 고객에게 할당된다.


금융사의 ‘안정성’은 고객의 리스크 위에서 만들어진다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은 이거다.
금융사의 안정적인 수익과 실적은,
고객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 위에 쌓인다.

고객이 오래 들고 있을수록

해지를 하지 않을수록

수수료 구조를 이해하지 못할수록
금융사의 수익은 커진다.

금융은 리스크를 줄이기보다
리스크를 고객에게 옮기는 방식으로 회피한다.
이게 지금의 금융 구조가 갖는 가장 큰 문제다.


고객이 리스크를 먼저 짊어지지 않으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꼭 확인해야 한다.

시장 손실 발생 시, 금융사가 수수료를 계속 가져가는 구조인가?

손실이 발생해도 금융사의 실적에는 영향이 없는가?

고객이 해지나 환매를 요청했을 때, 불이익이 과도한가?

이 상품에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메커니즘이 있는가?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명확하게 ‘고객이 불리한 구조’라면,
그 상품은 당신의 리스크를
누군가의 안정된 수익을 위해 전가하려는 구조일 수 있다.


마무리 –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누구에게 유리한가

금융은 늘 ‘시장 변동성’을 말한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은
항상 고객 쪽에만 실질적 피해로 돌아온다.

시장 탓, 전쟁 탓, 환율 탓을 해도
수수료는 멀쩡히 빠져나간다.
그 말은,
불확실성조차 수익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지금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면,
그 손해는 정말 ‘불가항력’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겐 예정된 수익의 일부였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Reflection Question

내가 가입한 금융상품은
리스크를 나눠주는 구조였는가,
아니면 내가 먼저 떠안는 구조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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